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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VI 잔여 35억 달러 집행 시작…시장 기회 열리나
SK시그넷, 플라노 시장 방문…북미 충전 협력 강화
채비, 캘리포니아 생산라인 구축 나서…코스닥 상장 병행

미국 전기차 충전 시장을 향한 K-충전 기업들의 행보가 속도를 높이고 있다. 지난 3일 국내 충전 인프라 업계를 대표하는 SK시그넷과 채비가 나란히 북미 시장 공략 행보를 공개했다. 이는 단순한 시장 진출 선언을 넘어 미국 정부의 강력한 자국 우선주의 정책인 ‘바이 아메리카(BABA)’라는 높은 문턱을 실력으로 돌파하며 실질적인 매출 성과를 거두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명으로 풀이된다.

5.3조원 규모의 미국 NEVI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면서 국내 충전기 제조사들이 현지 생산 거점을 중심으로 북미 영토 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사진=제미나이 생성]
5.3조원 규모의 미국 NEVI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면서 국내 충전기 제조사들이 현지 생산 거점을 중심으로 북미 영토 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사진=제미나이 생성]

◆잠자던 35억 달러가 깨어난다

미국 인프라법(IIJA)에 따라 조성된 NEVI(National Electric Vehicle Infrastructure) 프로그램의 주정부 배분 예산은 41억5500만 달러 규모지만, 현재까지 집행된 금액은 전체의 16%에 불과하다. 지난해 8월 연방정부가 예산 집행 권한을 주정부로 이양하고 충전소 간 거리 요건·인증 절차 등 행정 요건을 완화하면서 남은 보조금 35억 달러(약 5조3000억원)가 본격적으로 시장에 풀리기 시작했다.

가장 보수적이었던 텍사스주마저 대규모 예산 승인에 빠르게 나섰고 현재 약 39개 주에서 수정된 NEVI 계획 승인이 완료됐거나 진행 중이다. 2023년 말 기준 미국의 전기차 대비 충전기 비율(차충비)은 9.5로 한국(1.7)의 5배를 웃돌아 시장 확장 여력도 충분하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2월 현행 55%인 미국산 부품 비율을 최대 100%까지 높이는 방안을 추진하고 나서면서 해외 업체들의 시장 진입 문턱은 한층 높아질 전망이다.

◆SK시그넷, 플라노 시장 방문…협력 기반 다지다

지난 2일 미국 텍사스주 플라노시(市)의 존 먼스 시장이 직접 한국을 찾았다. 마크 이스라엘슨 시티매니저 등 시 관계자들과 함께 SK시그넷 본사와 R&D 센터를 방문한 것이다. 방문단은 초급속 충전기 설계·검증 공정과 초대형 EMC 챔버, 차량용 시뮬레이터 등 첨단 시험 설비를 살펴봤으며 양측은 북미 충전 인프라 확대 계획과 현지 생산 역량 강화, 민관 협력 가능성 등을 폭넓게 논의했다.

지난 2일 (왼쪽에서 세 번째부터) 조형기 SK시그넷 대표와 존 먼스 플라노 시장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SK시그넷 R&D센터(EMC챔버)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SK시그넷]
지난 2일 (왼쪽에서 세 번째부터) 조형기 SK시그넷 대표와 존 먼스 플라노 시장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SK시그넷 R&D센터(EMC챔버)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SK시그넷]

SK시그넷은 2023년 플라노에 생산 거점을 마련한 이후 미국 내 3000기 이상의 초급속 충전기를 공급하며 입지를 굳혀가고 있다. 최근 출시한 400kW 일체형(AIO) 신제품은 최대 효율 96.5%를 달성했으며, 기존 200kW 일체형 2대 구성 대비 설치 면적을 54% 줄여 공간 제약이 많은 환경에서도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 NACS와 CCS1을 동시에 지원해 테슬라를 포함한 다양한 차종에 충전이 가능하다.

조형기 SK시그넷 대표는 “플라노는 북미 핵심 거점으로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과 사업 확장의 든든한 기반이 되고 있다”며 “긴밀한 협력을 통해 북미 전기차 충전 인프라 확대에 기여하고 지역사회 및 산업 생태계와의 동반 성장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채비, 캘리포니아 현지 생산 착수…코스닥 상장도 추진

국내 급속 충전 운영(CPO) 1위 기업 채비는 글로벌 충전 플랫폼 기업 이브이모드(EVmode)와 협력해 캘리포니아 현지 생산 라인 구축에 나섰다. 채비는 앞서 캘리포니아주 보조금 사업(CALeVIP) 충전 운영 및 제조 사업자로 선정되며 현지 레퍼런스를 확보한 바 있으며, 올해 상반기 신규 제조 라인 완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채비·EVmode, 캘리포니아 현지 생산 공장 전경. [사진=채비]
채비·EVmode, 캘리포니아 현지 생산 공장 전경. [사진=채비]

또한 스텔란티스·포드·메르세데스-벤츠·아우디 등 주요 완성차 OEM 딜러십에 충전기를 공급하며 쌓아온 기술 신뢰도가 북미 수주 확대의 발판이 될 것으로 회사 측은 기대하고 있다.

주력 제품인 400kW 초급속 충전기 ‘슈퍼소닉’은 테슬라 차량도 별도 어댑터 없이 약 20분 내 완충이 가능하며, NEVI 최소 기준인 150kW·4포트를 충족하면서도 고출력 성능을 갖춰 미국 CPO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최영훈 채비 대표는 “미국 NEVI 보조금 시장이 본격 개화하는 지금이 K-충전 기술의 경쟁력을 입증할 적기”라며 “현지 생산 기준 확정 시점에 맞춰 신속히 대응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추고 있어 선제 투자 업체 대비 오히려 유연한 대응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한편 채비는 전기차 충전 운영 사업자 최초로 코스닥 상장을 추진하고 있으며, 수요예측을 거쳐 오는 20~21일 공모 청약을 진행할 예정이다.

전기신문 | 2026.04.04 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