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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산성도립공원 주차장 전기차 충전소 [사진: 브라이트에너지파트너스]
남한산성도립공원 주차장 전기차 충전소 [사진: 브라이트에너지파트너스]

[] 고속도로 휴게소의 공공 급속충전기를 중심으로 플러그앤차지(PnC) 시범 적용이 시작되면서 전기차 충전 고객을 두고 완성차와 충전사업자 간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충전사업자마다 따로 받던 회원 인증이 하나의 통합 인증으로 묶이고 회원카드 방식이 힘을 잃으면서 기업들이 결제 외의 부분에서 고객을 확보하려는 경쟁이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한국환경공단, 현대차그룹과의 실무협의와 기술 검증을 거쳐 9월부터 고속도로 휴게소 공공 급속충전기를 중심으로 PnC를 시범 적용한다. 기후부는 3월 공청회를 열어 의견을 모으고 올해 가을 PnC 우선 도입을 준비해왔다.

현재 전기차 충전은 회원카드나 스마트폰 앱으로 인증을 거친 뒤 충전기를 고르고 금액이나 시간을 정하는 등 5~6단계를 밟아야 한다. 충전사업자마다 회원 인증이 달라 운전자들은 한 장으로 여러 사업자의 충전기를 쓸 수 있는 로밍 카드를 따로 챙겨왔다.

하지만 PnC 방식이 적용된 시범 적용 충전기에서는 커넥터만 꽂으면 차량과 충전기가 암호화 인증을 주고받아 별도 회원카드나 신용카드 없이 인증과 충전, 결제가 자동으로 끝난다. 차량과 충전기 사이 인증은 디지털 인증서와 암호화 키로 이뤄진다.

PnC가 그동안 퍼지지 못한 이유는 제조사와 충전사업자마다 인증 방식이 달랐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은 2021년부터 PnC 인증서를 운영해왔지만 적용 범위는 제한적이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7월 기후부, 한국환경공단과 업무협약(MOU)을 맺고 이 인증서와 발행 권한을 기후부에 무상 이관하기로 했다. 한국환경공단은 이를 바탕으로 정부 통합 인증 시스템을 구축하고, 기후부는 운영의 관리와 지원을 맡는다. 이렇게 인증이 하나로 모이면서 충전사업자마다 발급하던 회원카드는 설 자리가 좁아지는 셈이다.

카드 없는 결제는 그동안 일부 충전사업자의 차별화 수단이기도 했다. 브라이트에너지파트너스가 운영하는 전기차충전사업부문(워터)는 별도 결제 정보 입력 없이 충전할 수 있는 통합 결제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통합 인증 아래서는 어느 사업자의 충전기에 커넥터를 꽂아도 같은 인증서로 충전과 결제가 끝난다.

채비 충전소에서 현대차 아이오닉5 차량이 PnC 충전 중인 모습 [사진: 채비]
채비 충전소에서 현대차 아이오닉5 차량이 PnC 충전 중인 모습 [사진: 채비]

◆사람 조작 없이 인증·결제…로봇 충전까지 PnC 적용 가능해

카드 없는 결제가 모든 충전기의 공통 기능이 되면서 기업들은 각자 강점으로 고객 유치 경쟁에 나설 전망이다.

완성차의 경우 PnC 기능을 갖춘 차량으로 고객을 확보하려 한다. 현대차그룹은 인증서 발행 권한을 정부에 넘겼지만 PnC 기술은 여전히 자사 차량에 탑재돼 있다. PnC는 차량에 인증서가 들어 있어야 작동한다. 현대차그룹은 2021년부터 인증서를 직접 운영해 차량과 충전기 사이 인증 기술도 갖췄다.

이번 협력으로 현대차·기아·제네시스뿐 아니라 PnC 기술을 탑재한 국산·수입 전기차와 다양한 충전사업자가 표준화된 인증체계를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인증 권한을 정부에 넘긴 것도 자사 차량이 PnC로 충전할 수 있는 충전기를 늘리려는 선택으로 풀이된다.

충전사업자는 충전기 제조에 더해 충전소 운영까지 사업을 넓히고 있다. 하나증권에 따르면 롯데이노베이트 자회사 EVSIS는 충전소 운영과 관리 전반을 위탁받는 사업 확장을 강조했고, 급속충전시장 점유율 1위 채비는 매출을 제조와 운영에서 절반씩 올리고 있다.

충전기를 주로 제조해 공급해온 SK시그넷도 상반기 전국 고속도로 휴게소 충전사업 운영을 맡을 충전소 운영(CPO) 직무 인력을 채용했다. 공고에는 정부 보조사업 신청·운영과 충전소 고객 서비스 지원이 주요 업무로, 사업 제휴와 B2C 서비스 경험이 우대 조건으로 적혀 있다.

이전까지 SK시그넷은 다른 충전사업자에 충전기와 운영 플랫폼을 공급하는 사업을 주로 펼쳐왔다. 이제 그룹 내 CPO인 SK일렉링크와 분업 관계였지만 경쟁 관계가 됐다. 결제 방식으로 차이를 내기 어려워지면서 충전사업자들은 충전소 운영 역량으로 고객을 확보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아직 고속도로 휴게소 일부 충전기에서 시작한 시범 사업이지만, 로봇이 상용화되는 단계에서는 충전 인증과 결제 방식을 먼저 확보한 기업이 사업을 넓힐 수 있다는 평가다. PnC는 사람의 조작 없이 기기와 충전기가 인증과 결제를 처리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PnC 주도권 경쟁은 전기차 충전 방식을 바꾸는 정도를 넘어 향후 자율주행과 로봇 생태계가 결합된 모빌리티 통신망 경쟁이라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디지털투데이 | 2026.09.21 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