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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치 94% 급감·판매 193% 증가 속 존재감
고장률 0.32%, 수직계열화가 만든 경쟁력
V2G·해외 확장, 주가는 여전히 과제

채비 대구 알파시티 R&D 센터. []
채비 대구 알파시티 R&D 센터. []

몇 년 전만 해도 너도나도 뛰어들던 전기차 충전 시장에서, LG전자·한화솔루션 같은 대기업들마저 하나둘 발을 뺐다. 그 빈자리를 보여주듯 2026년 1분기 신규 급속충전기 설치는 전년 동기 대비 94% 줄었는데, 같은 해 2월 누적 국내 전기차 판매는 오히려 전년보다 193% 늘었다. 공급은 줄고 수요는 느는 이 흐름 속에서 운영 규모 1위 자리를 지킨 사업자가 채비(대표 최영훈)다.

숫자로 보면 격차가 뚜렷하다. 2026년 4월 기준 채비의 민간 급속 충전기 운영 면수는 5900면으로 2위 사업자(5000면)를 앞섰고, 테슬라 슈퍼차저에 이어 글로벌 2위 운영 규모로 꼽힌다. 같은 시점 기후에너지환경부 급속 충전기 공공 조달 누적 점유율도 64%에 달했다. 평균 고장률 역시 0.32%로 전체 사업자 평균(0.41%)을 밑돌았는데, 회사는 그 배경으로 충전기 설계·제조부터 설치, 운영, 사후관리까지 전 과정을 내재화한 수직계열화 구조를 꼽는다.

채비는 전기차 100만대 시대를 국내 시장이 캐즘을 넘어 성장 국면에 들어선 전환점으로 봤다. 최영훈 채비 대표는 “충전기 이용률이 빠르게 늘면서 인프라 수익성과 운영 효율이 함께 개선되고 있다”며 “앞으로는 설치 경쟁이 아니라 데이터 기반의 입지 선정과 운영 역량이 사업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한국도로공사 고속도로 휴게소 충전 인프라 구축 사업의 3개 권역 운영사업자로 선정돼 27개 휴게소에서 급속충전기 138기를 운영 및 순차 구축 중이다.

기술 대응도 산업 과제와 맞물려 있다. 북미 충전 표준(NACS)이 국내에 확산되면서 채비는 3세대 급속충전기 ‘슈퍼소닉’에 해당 커넥터를 기본 탑재했고, 커넥터 연결만으로 차량 인증과 결제가 처리되는 ‘바로채비(PnC)’를 적용했다. 물류와 대형 상용차 전동화에 대응하는 메가와트 충전 시스템(MCS)은 5분 이내 완전 충전을 목표로 상용화를 추진 중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지난 1월 무공해차 보급 목표를 2030년까지 신차 판매의 50%로 상향하는 고시를 확정했는데, 회사는 이를 급속 충전 인프라 확대의 근거로 삼고 있다.

채비 3세대 급속 충전기 슈퍼소닉. [사진=채비]

회사가 제시하는 다음 단계는 ‘에너지 운영자’다. 충전 사업자가 단순 에너지 공급자를 넘어 전력망과 차량을 연결하고 에너지 흐름을 관리하는 역할로 확장될 것이라는 전망에 따른 것으로, 태양광·ESS 결합형 인프라와 V2G 플랫폼이 그 수단이다. 경북 구미 동락공원 실증단지에는 629kW 태양광 설비와 1.1MWh 규모 ESS, 충전기 18기(V2G 10기 포함)가 저전압 직류망으로 연결돼 있으며, 2025년 10월 운영을 시작한 이후 충전 단가는 kWh당 162원으로 집계됐다.

해외에서는 북미와 중동을 중심으로 현지 규격에 맞춘 충전기와 운영 소프트웨어를 결합한 사업을 확대한다는 계획으로, 미국 3540기·사우디아라비아 5000기·일본 6000기 규모의 수출 계약을 각각 체결한 상태다.

과제도 남아 있다. 지난 4월 코스닥 상장 이후 주가는 8월 14일 종가 5290원으로 공모가(1만2300원)를 밑돌고 있다. 여기에는 최근 국내 증시 자금이 반도체주로 쏠리면서 상대적으로 소외된 흐름의 영향도 큰 것으로 보인다. 영업손실도 이어지는 상황이다. 채비는 EBITDA 기준 2026년, EBIT 기준 2027년 흑자 전환을 목표로 제시한 상태로, 가동률 상승이 실제 수익으로 이어지는지가 관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전기차 증가 속도와 인프라 확충 속도의 격차가 당분간 좁혀지기 어렵고, 이 간극이 유지될수록 급속 충전 사업자의 수익성 개선이 뒤따를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시장 재편기를 통과한 사업자들이 실제 수익을 증명할 수 있을지가 다음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전기신문 | 2026.08.20 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