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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속 4사 합산 1000억 적자…완속 ‘흑자’도 속은 빈껍데기
법정회생·워크아웃 줄줄이…충전 업계 구조조정 본격화
오르는 원가에 내리는 요금, 사업자 옥죄는 이중 압박
업계 “요금 연동제·물가 반영 없인 생태계 붕괴”
![전기차 보급 확대에도 충전사업자들은 전력원가 상승과 요금 인하 압박이 겹치며 수익성 한계에 내몰리고 있다. [사진=챗GPT 생성]](https://www.bionever.com/wp-content/uploads/2026/09/368015_579607_3239.png)
전기차 100만대 시대가 열렸다. 올해 4월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가 100만대를 돌파했고, 3월 기준 신차 판매 비중은 20%를 넘어섰다. 고유가 속에 전기차의 경제적 우위가 갈수록 선명해지면서 ‘캐즘 극복’이 정설이 된 분위기다. 9년 전 스타트업으로 출발한 채비가 지난달 코스닥 시장에 입성하며 충전 인프라 산업의 유망성을 증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성장을 떠받치는 충전 생태계의 현실은 사뭇 다르다. 법정관리와 워크아웃이 동시다발로 터지고 ‘흑자를 냈다’는 업체조차 속을 들여다보면 녹록지 않다. 전기차 이용자의 ‘저렴한 유지비’를 뒷받침하기 위해 충전사업자(CPO)들이 감당하고 있는 비용의 실체, 그리고 그 요금의 마지노선이 어디인지를 살펴본다.
◆ 급속은 끝없는 출혈, 완속 ‘흑자’의 민낯
2025 회계연도 급속 충전 시장 관련 주요 업체들의 적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급속CPO 1위 채비는 매출 1017억원에 296억원 적자를 냈고, 2위 SK일렉링크는 매출 637억원에 15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급속충전기 제조사인 SK시그넷은 매출 1007억원에 484억원의 영업손실을, 이브이시스(EVSIS)도 매출 906억원에 6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이들 4개사의 합산 영업손실은 1000억원에 육박한다. 2024년에도 급속 충전 업계의 적자는 심각했지만, 올해 전기차 판매가 회복세를 보이는 가운데서도 적자 구조가 유의미하게 개선되지 않았다는 점이 업계에 무거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완속CPO 쪽에는 표면적으로 희소식이 있다. 주요 5개사 중 에버온(영업이익 55억원), 파워큐브코리아(94억원), 플러그링크(13억원) 등 3개사가 영업흑자를 냈다. 하지만 실체를 들여다보면 사정이 다르다. 에버온은 영업이익을 냈지만 IFRS 회계원리에 따라 당기순손실 36억원을 기록했고, 파워큐브코리아는 투자금을 자산으로 편입해 수치를 좋게 만든 측면이 있다. 두 업체 모두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실적을 최적화한 상황이어서 이 숫자를 그대로 업계 체질 개선의 증거로 읽기는 어렵다는 시각이 나온다. 플러그링크 역시 공시상 영업이익은 13억원이지만 실질적인 수익 규모는 그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GS차지비는 적자 폭을 전년 대비 절반으로 줄였지만 여전히 92억원의 영업손실이고, LG유플러스볼트업은 268억원의 대규모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2025년 주요 전기차 충전 업체 실적. [출처=각 사 공시 자료 재가공]](https://www.bionever.com/wp-content/uploads/2026/09/368015_579608_3310.png)
한 업계 관계자는 “흑자를 냈다는 업체들도 충전 사업 자체의 마진으로 돈을 번 것이 아니라 회계 구조나 투자금 편입 등의 영향이 크다”며 “순수하게 충전 사업으로 안정적 수익을 내는 곳은 거의 없다. 현재 시점 3곳을 제외하고 모두 적자라고 봐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 법정회생·워크아웃…구조조정의 파도
올해 들어 충전 업계의 구조조정이 본격화되고 있다. 클린일렉스가 법정회생을 신청하며 매각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고, 모던텍은 워크아웃에 들어가 직원 임금과 공사비·자재비를 지급하지 못한 채 채권단에 시간을 요청하고 있다. 관련 소송이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1월 업계 최초로 회생절차에 들어간 차지인 역시 현재 매각을 진행 중이다.
사실 대기업의 연쇄 철수가 먼저였다. 2024년 말 LG전자가 충전기 사업에서 손을 뗐고, 한화솔루션은 충전 브랜드 한화모티브의 자산 1만5000기를 플러그링크에 매각했다. SK네트웍스는 SK일렉링크 지분을 앵커에퀴티파트너스에 매각하며 최대주주를 넘겨줬다. 3년간 적극적 투자를 펼쳤던 대기업들이 수익성 악화를 버텨내지 못하고 빠져나간 뒤, 이제는 중소 전문업체까지 무너지는 양상이다. 수익을 내는 업체와 문을 닫는 업체의 희비가 극명하게 갈리면서 시장은 급격한 재편기에 진입했다.
![전기차 충전 인프라 시장에서 떠나는 대기업들. [사진=ChatGPT]](https://www.bionever.com/wp-content/uploads/2026/09/368015_579609_3642.png)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올해 초 전기차 판매가 전년 동기 대비 35% 급증하며 캐즘 극복 신호가 나오고 있지만, 보급 확대의 수혜가 충전 업계의 경영 개선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며 “그 사이를 버틸 체력이 없는 업체들이 속속 정리되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 원가 250원에 요금 294원…마지노선은 이미 코앞
CPO들이 처한 딜레마는 구조적이다. 먼저 아래에서 원가가 치솟고 있다. 올해 4월 시행된 계절·시간대별 전력요금 개편으로 충전 수요가 집중되는 여름 저녁 시간대(18~21시) 전력량 요금이 kWh당 113원에서 198.6원으로 75% 올랐다. 올해부터 사고배상책임보험 의무 가입과 3년 주기 법정 안전검사도 새로 추가됐다. 전기안전관리자 선임, 24시간 콜센터 운영, 보안 인력 등 매달 쌓이는 고정비에 인건비·물가 상승까지 더해지면서 운영 원가는 꾸준히 불어나고 있다. 업계 분석에 따르면 7kW 완속충전기 기본료까지 합산한 피크 시간대 실질 전력원가는 kWh당 250원에 육박한다.
위에서는 요금이 눌리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공공 충전 로밍요금을 기존 2단계에서 5단계로 세분화하면서 완속(30kW 미만) 구간을 kWh당 324.4원에서 294.3원으로 약 9% 인하하는 개편안을 행정예고했다. 기후부는 일부 사업자들이 저가 프로모션으로 시장을 선점한 뒤 요금을 급격히 인상해 소비자 불만이 커진 점을 이번 개편의 배경으로 제시하고 있다. 현행 324.4원은 2022년 9월 이후 3년 7개월간 동결됐던 요금이다. 그사이 물가가 폭등했는데 올리기는커녕 내린 것이다. 이 로밍요금은 소비자가 로밍카드로 결제할 때 적용되는 정산 단가로, 민간 CPO가 아무리 자체 요금을 높게 책정해도 로밍 결제 시에는 이 상한선에 묶인다. 원가가 올라도 요금을 올릴 수 없는 구조가 고착되는 셈이다.
![전기차 공공 충전요금 개편안. [사진=기후부 자료 재가공]](https://www.bionever.com/wp-content/uploads/2026/09/368015_579610_4341.png)
원가 산정 과정에도 논란이 있다. 이번 요금은 한국생산성본부가 용역을 맡아 완속 충전기의 월평균 충전량을 750kWh로 가정해 산출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실제 월 충전량이 400kWh 안팎에 불과하다고 입을 모은다. 분모를 현실보다 두 배 가까이 크게 잡으면 kWh당 고정비 단가가 낮아지고, 결과적으로 요금도 낮게 책정되는 구조다. 당초 이윤율 20%를 적용해 281.6원으로 제시됐던 요금이 업계 반발 끝에 이윤율 10%로 조정되면서 294.3원까지 올라가긴 했지만, 여전히 원가를 충분히 보전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CPO 관계자는 “전력원가에 콜센터·보험·안전검사비를 더하면 kWh당 최소 280~290원이 원가”라며 “294.3원이면 남는 게 사실상 없다. 마지노선이 아니라 마지노선 아래”라고 토로했다. 실제로 현재 완속CPO들이 자체적으로 책정한 요금은 대부분 kWh당 320원대, 급속CPO들은 430원대로, 이것이 사업자들이 시장에 내놓은 답변으로 보인다.
종합하면, 전력원가와 운영 고정비를 감안할 때 업계가 보는 완속 충전의 손익분기 하한은 kWh당 300원 안팎에 걸쳐 있다. 설비 교체와 재투자 여력까지 고려하면 현재 주요 사업자들이 자체요금으로 책정한 320원대가 사실상 시장이 드러낸 생존선에 가깝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 “요금 연동과 물가 반영 없인 생태계 유지 불가”
물론 충전요금 인상은 전기차 구매 당시 기대했던 유지비 절감 효과를 훼손하는 문제다. 다만 현재 논의는 단순히 사업자 마진을 높이자는 차원을 넘어, 충전기 유지·보수와 안전관리 비용을 누가 부담할 것인지의 문제로 번지고 있다.
행정예고 기간 동안 업계는 다양한 경로를 통해 의견을 전달하고 있지만, 뚜렷한 반영 통로가 없어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다.
다만 업계가 공통적으로 요구하는 방향은 분명하다. 한전 전기요금이 인상될 때 충전요금도 자동으로 연동되는 구조가 마련돼야 하고, 매년 물가 상승분은 공청회 등 공개적 논의를 거쳐 요금에 반영돼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가 일방적으로 정한 요금을 3년 이상 묶어두다가 오히려 인하하는 현 체계로는 사업의 예측 가능성이 없고, 민간 자본이 충전 인프라에 계속 투입될 이유도 사라진다는 게 업계의 일관된 호소다.
급속 CPO 쪽에서도 200kW 이상 구간 신설은 환영하면서도, 가장 많이 설치된 100kW 충전기 요금(347.2원)이 그대로 유지된 것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표했다. 매년 객관적 지표에 따라 자동 조정되는 예측 가능한 요금 체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급속·완속을 가리지 않고 나오고 있다.
한 업계 전문가는 “420만대 시대를 향한 여정은 충전 생태계의 체력 위에서만 가능하다”며 “요금의 마지노선은 단순히 ‘얼마’의 문제가 아니라 민간이 재투자할 수 있는 최소한의 동력이 남아 있느냐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수익성이 무너진 시장에서 서비스 품질만 요구하면 결국 노후 설비 교체와 차세대 기술 도입이 멈추고, 그 피해는 전기차 이용자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전기신문 | 2026.05.16 보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