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2G 막는 요금체계 바꾸겠다”…정부, 상용화 본격 시동

기사 원문 : https://www.electimes.com/news/articleView.html?idxno=362644

5일 V2G 상용화 전력 협의체 사업 착수회 개최
이호현 차관, “필요 시 경직된 요금제도 개선”… 의지 밝혀
2030년 420만대 보급시 40GW 유연성 자원 확보 전망
34개 기관 참여, 5월까지 종합 마스터플랜 수립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전기차를 단순 이동수단에서 분산형 에너지자원으로 전환하는 V2G(Vehicle to Grid) 상용화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정부는 이를 위해 필요하다면 한국전력의 경직적인 요금체계와 시장 구조도 바꾸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내비쳤다.

이호현 기후에너지환경부 차관은 5일 서울 PJ호텔에서 열린 ‘V2G 상용화 전략 추진 협의체’ 사업 착수회에서 “전기차를 확대시키면서 시장과 산업을 만드는 데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며 “필요하다면 지금의 경직적인 요금제를 바꾸고, 시장 구조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한전의 단일 배전 체계로 인한 안정성은 있지만 유연성이 부족했던 전력망 구조에 대한 근본적 변화 의지를 담은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재생에너지 확대와 전기차 보급이 급증하면서 기존 요금체계로는 V2G 참여를 유도하기 어렵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을 정부가 수용할 것으로 보인다.

◆전기가 국가 경쟁력 좌우…V2G가 핵심 전략

이호현 차관은 V2G를 국가 에너지 전략의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그는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의 “궁극적인 화폐는 에너지”라는 말을 인용하며 “전기를 누가 잡느냐가 기업과 산업, 국가 경쟁력의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이 차관은 전 세계적으로 전기화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그는 “전력의 최종 에너지 소비에서 전기화 비중이 전 세계적으로 20% 수준인데, 노르웨이는 이미 50%를 넘어섰고 일본도 30%를 넘어섰다”며 “기후위기 대응과 탄소중립을 위해 전기화와 수소 수요가 급격하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전기화가 급격하게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전력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전력망 시대를 가능하게 하는 핵심 요소 중 하나가 전기차”라고 말했다.

이 차관은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전력 수급 관리의 어려움을 V2G로 해결할 수 있다고 봤다. “앞으로는 전통적인 수요반응(DR) 정도로는 부족하고, 실시간으로 변하는 전력 수급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조절할 수 있는 수요(Flexible Demand)가 필요하다”며 “그 중 하나가 전기차 V2G 기능”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정부는 2030년까지 전기차 420만대를 보급할 계획인데, 이를 달성하면 V2G를 통해 약 40GW의 유연성 자원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재생에너지의 간헐성 단점을 해소하는데 엄청난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를 유연성 자원을 활용하자는 것이다.

그러면서 “전기차 목표를 도전적으로 제시했지만, 이 전기차들을 전력망 내에서 어떻게 관리하고 효율적으로 운영할 것인지가 핵심”이라며 “전력망 운영의 두통거리가 될 수도 있지만, 근본적 해결의 돌파구가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V2G가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만들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호주에서는 최근 낮 시간대(오전 10시~오후 3시) 재생에너지 발전이 집중되면서 도매 전력요금이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다. 이 차관은 “이 시간대에 전기차 충전사업자와 ESS 사업자들이 집중적으로 들어와 새로운 비즈니스를 만들고 있다”고 소개했다.

무엇보다 V2G 상용화를 위해서는 기술뿐만 아니라 제도와 시장 전반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점도 언급했다. 이 차관은 “V2G 기능을 구현하기 위한 기술적 표준과 프로토콜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V2G가 작동할 수 있도록 전력망을 관리하는 제도와 시장, 요금체계를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앞으로 5월까지 로드맵을 마련해야 하는데, 여러분이 새로운 시장과 산업을 만들어 나가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해주길 당부드린다”라고 협의체 참여 위원들을 격려했다.

◆기술·제도 양대 분과로 추진…중장기 전략 수립

이날 출범한 V2G 상용화 전략 추진 협의체에는 한국전력공사, 현대자동차를 비롯해 정부·지자체·전력기관·자동차·중전기·ICT 기업·학계 등 34개 기관이 참여한다. 협의체는 운영위원회와 2개 실무위원회(기술분과, 법·제도·시장분과)로 구성됐다.

류필무 기후에너지환경부 탈탄소녹색수송혁신과 과장은 “그동안 파편화됐던 V2G 실증사업들을 체계적으로 통합해 중장기 전략을 수립하겠다”며 “V2G 산업 활성화 종합 마스터플랜을 내년 5월까지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기술분과는 이재조 한국전기연구원 책임연구원을 위원장으로 차량·충전기 간 통신 프로토콜, 상호운영성 기술, 계통연계·계량·전력거래 기술기준, 시험·인증체계, 배터리 평가 및 보증 기준 등을 담당한다. 법·제도·시장분과는 장동식 한전 전력연구원 책임연구원을 위원장으로 V2G 요금제 및 정산·보상방식, 관련 법령 개선, 보조금·인센티브 체계 등을 다룬다.

협의체는 12월부터 내년 1월까지 현황 진단과 우선순위 과제를 도출한 뒤, 2월부터 4월까지 각 분과별 과제를 수행한다. 5월에는 최종 마스터플랜을 확정해 공청회와 이해관계자 조율을 거쳐 정부 대책으로 확정할 방침이다.

류 과장은 “V2G를 분산에너지자원(DER)으로 인정하는 법률 반영안, 시간대별 요금제(TOU) 및 방전보상제도 설계, 소규모전력중개·가상발전소(VPP)·수요반응(DR) 시장 거래 규칙, V2G 차량 및 충전인프라 보조금 차등 기준 등을 마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업계에서는 V2G 상용화의 핵심이 전기차 사용자들의 참여를 이끌어낼 만큼 매력적인 경제적 인센티브를 제공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보고 있다. 현재 전기차 충전요금이 저렴한 상황에서 단순한 요금 차등만으로는 참여를 유도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초기 단계에서 파격적인 유인책을 제시해 시장을 키운 뒤 점진적으로 조정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