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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화재 공포 여전, 사회적 불안감
BMS로 화재 예방 가능해져, 모듈과 팩 단위 안전 장치도 보편화
충전과는 관련없는 화재, 음모론으로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만

청라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전기차 진입을 막은 지하주차장. 공포는 여전히 사회 곳곳에 남아있다. . [사진=연합뉴스]
청라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전기차 진입을 막은 지하주차장. 공포는 여전히 사회 곳곳에 남아있다. . [사진=연합뉴스]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전기차 화재 사고가 발생한 지 약 20개월이 지났다.

전기차 시장은 캐즘을 지나 회복되는 모습이지만, 막연한 화재 공포만은 여전히 곳곳에서 사회적 갈등을 유발하는 분위기다.

◆ 불나기 쉬운 배터리 셀, 똑똑한 BMS로 제어

전기차는 태생적으로 불안하다. 핵심 부품은 리튬이온배터리 셀. 반응성이 강한 양극재를 전기로 붙였다가 떼는 과정도 무섭지만, 이 과정에서 뾰족한 ‘덴드라이트’ 결정이 자라나면서 두 물질을 분리하는 막을 찢어버릴 수 있다. 결국 제어가 불가능해지고 수천도에 달하는 열폭주로 이어진다.

물론 현대 기술은 배터리 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게 됐다. 충방전 전압과 온도 등 최소한의 정보만으로도 셀에 내부단락이 있는지 여부는 물론 내구성을 비롯한 건강을 추측해낸다.

NXP가 만든 UWB 기반 무선 BMS [사진=NXP]
NXP가 만든 UWB 기반 무선 BMS [사진=NXP]

특히나 전기차는 배터리 셀을 수백개 이상 연결해서 사용한다. 리튬이온배터리가 하나로 낼 수 있는 전압은 3.5V 안팎. 400V를 만들기 위해서는 여러개를 직렬로 연결해야 한다.

문제가 있는 셀은 작동을 안하면 된다는 얘기다. 이를 제어하는 장치가 바로 배터리 관리 시스템. BMS다.

BMS는 완성차 업계는 물론 배터리 업계에서도 핵심 미래 기술로 평가받는다. 배터리 안전을 책임질 수 있을 뿐 아니라, 배터리 관리 서비스로 새로운 먹거리까지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청라 화재는 배터리 전소로 확인이 불가능했지만, 이후 여러 화재 사고를 통해 BMS는 화재 예방 성능을 인정받았다. 정부가 의무적으로 정차중에도 BMS를 작동하고 비상시 알림을 할 수 있도록 하기도 했다.

SK아이이테크놀로지 직원이 분리막을 살펴보고 있다.[사진=SK아이이테크놀로지]
SK아이이테크놀로지 직원이 분리막을 살펴보고 있다.[사진=SK아이이테크놀로지]

◆ 셀에서 불나도 모듈과 팩에서 막는다

전기차가 열폭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배터리 셀 하나만 가지고는 안된다. 여러개로 옮겨붙어야 청라 사고와 같은 대형 화재가 일어난다.

완성차와 배터리 업계가 셀과 함께 모듈과 팩으로 이어지는 안전 기술을 개발하는 이유다. 일부 국가에서는 열폭주로 이어지기까지 지연 시간도 의무화하는 상황, 팩 단위 안전 장치 개발은 완성차 업계 생존을 위해서도 필수가 됐다.

얼티엄셀즈의 전기차 배터리 팩. (사진=LG에너지솔루션)
얼티엄셀즈의 전기차 배터리 팩. (사진=LG에너지솔루션)

우선 셀과 모듈 사이 고성능 단열재가 보편화된다. 두께가 얇으면서도 1000도 이상 극한 고온을 견디는 ‘에어로젤’ 시트, 화염에 노출되면 단단한 세라믹층으로 변하는 SFP 플라스틱 등이 사용된다.

현대모비스는 모듈과 팩 단위로 소화기를 장착하기도 했다. 모듈마다 소화액 탱크와 배관을 내장해 이상을 감지하면 바로 화재를 진압하는 원리. 화재가 일어날 가능성을 원천 차단한 것.

아울러 배터리팩 빈공간을 난연성 실리콘으로 채워 화재를 막고 산소 유입을 차단하거나, 화재 발생시 화염이나 가스를 특정 방향으로만 배출하는 ‘리디렉션’ 방식으로 화재 전이와 피해를 최소화하는 기술도 적용되고 있다.

충전기를 꽂고 있는 전기차.  []
충전기를 꽂고 있는 전기차.  [사진=오철 기자]

◆ 잘못은 없지만 된서리 맞은 충전기 업계

전기차 충전기 업계는 전기차 화재 포비아로 가장 애꿎은 피해를 입었다. 청라 사고를 비롯한 대부분 화재와 관련이 없었지만, 여전히 전기차 화재 주범으로 오해를 받아 정부 지원도 줄고 시장 전체도 쪼그라들었다.

과충전 논란이 핵심이다. 전기차가 배터리를 100% 이상 충전해 화재를 일으켰다는 소문이 확산하면서 일부 지자체에서는 충전율 제한까지 논의하기도 했다.

결론적으로 충전기가 화재 원인이 아님은 밝혀졌다. 완성차 업계가 이미 전기차 배터리에 ‘안전 마진’을 5~10% 가량 설정하고 있는 만큼, 충전을 한다고 화재가 발생할 가능성은 없다.

다만 높은 충전율, 급격한 방전을 거듭하면 셀이 미세단락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은 것도 사실이다. 평소 충전율을 세심하게 관리해야할 필요성이 있다는 얘기다.

고성능 BMS를 탑재하는 최신 전기차는 스스로 할 수 있지만, 커넥티드 서비스도 사용할 수 없는 구형 전기차는 그조차 부족하다.

스마트 제어 충전기는 범용적으로 전기차를 관리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궁극적으로는 PLC와 V2G 등 미래 인프라를 선제 구축하기 위한 목표였지만, 기존에 설치된 저질 충전기까지 대체하며 화재 가능성을 줄이는데 기여할 수 있다.

◆  자극적인 음모론, 피해는 전기차로

전기차 화재 공포가 줄어들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여전히 횡행하는 음모론 영향이 크다.

청라 화재 당시 업계 관계자들과 전문가들은 일시적으로 충전율을 제한하고 전기차는 지상에 주차할 수 있도록 하자고 주장했다.

당시만해도 화재 원인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던 만큼, 일단 포비아를 막자는 의미의 고육지책이었다.

일부 유튜버와 호사가들은 ‘가짜 전문가’라는 이름으로 음모론을 꺼내들었다. 특정 세력이 이익을 얻기 위해 전기차 정책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음모론은 지금도 여전하다. 충전기 업계 카르텔에 이어 PLC 모뎀 제조사가 보조금을 받기 위해 헛소문을 퍼뜨렸다든가, 이제는 충전기 사업자(CPO)가 리베이트를 위해 충전 요금을 올렸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피해자는 결국 충전기 사업자, 그리고 사용자다. 근거없는 논란이 확대되면서 정부는 충전기 보급 지원을 선뜻 확대하지 못하고, 사용자는 법적 의무화에도 열리지 않는 충전기를 쳐다만 보고 있다.

전기차 시장에도 악영향이다. 벤츠가 최근 세계적으로 파라시스에서 배터리 팩까지 공급받은 EQA와 EQB를 리콜했는데, 국내에서는 파라시스 셀만 사용한 EQE를 리콜하지 않는다고 논란이 됐다. 전기차에 대한 무지가 결국 공포로 이어지는 셈이다.

전기신문 | 2026.03.24 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