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불러온 전력기자재 슈퍼사이클…KTC, 시험·인증 인프라로 수출 길 연다

기사 원문 : https://www.electimes.com/news/articleView.html?idxno=363570

KTC, 곡성·오창 시험소 앞세워 중저압부터 HVDC까지 전주기 지원
인공지능(AI) 기술 확산이 전력 산업의 판을 흔들고 있다. 대규모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클러스터가 잇따라 조성되며 전력 수요가 급증했고 이를 뒷받침할 송·배전망과 전력설비 투자가 세계 곳곳에서 동시에 확대되고 있다. 이른바 ‘전력기자재 슈퍼사이클’이 본격화된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도 2026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AI 시대의 문을 활짝 열겠다”고 밝히며 총 728조원 규모의 예산을 통해 산업·사회 전반의 AI 전환을 추진하겠다는 구상을 제시했다. 엔비디아의 GPU 대규모 공급 계획, 오픈AI·삼성전자·SK하이닉스 간 협력 프로젝트 역시 AI가 제조업과 에너지 산업의 핵심 성장 동력으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준다.

AI 확산은 전력 정책과 제도 변화로도 이어지고 있다. 올해 9월 시행된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은 장기간 지연돼 온 송·배전망 건설을 가속화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으로 평가된다. 정부와 한국전력은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초고압직류송전(HVDC) 신설, 대규모 변전소 구축, 서해안 620km 해저 송전망을 포함한 ‘에너지고속도로’ 사업도 추진 중이다.

시장 확대의 수혜는 이미 수치로 나타나고 있다. 2024년 미국의 고압 전선·케이블 수입액은 약 17억달러로 2년 새 30% 가까이 증가했고 한국의 대미 수출은 3년간 80% 이상 늘었다. LS전선은 미국 송전망 운영사와 빅테크 기업을 상대로 대형 계약을 잇달아 체결했고, HD현대일렉트릭과 효성중공업도 초고압 변압기 수주를 확대하고 있다.

다만 중견·중소 전력기자재 기업들에 글로벌 시장은 여전히 높은 문턱이다.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R&D 부담이 커진 가운데 해외 인증 정보와 전문 인력 부족, 인증 과정에서의 기술 대응 한계가 수출 확대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시험·인증 인프라는 전력기자재 슈퍼사이클을 실질적인 기회로 전환하기 위한 핵심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한국기계전기전자시험연구원(원장 안성일, KTC)은 전남 곡성시험소와 충북 오창시험소를 중심으로 중·저압부터 고전압·대전력까지 전력기기 전주기 시험·인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곡성시험소는 국내 최고 수준의 전력기자재 시험 거점이다. 직류 전력기기, 초고압 케이블, 전력 변압기를 대상으로 국제표준에 따른 시험평가를 수행하며 KOLAS 국제공인시험기관이자 UL 전선 분야 시험기관으로 지정돼 있다. 국내에서 미주 수출용 인증 시험을 바로 받을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

직류 전력기기 분야에서는 DC 3600V·250MVA 단락시험 시스템과 AC/DC 부하개폐·온도상승 시험설비를 구축해 차단기, 수배전반, 부스덕트 등 다양한 기기에 대한 전문 시험을 제공한다. HVDC 케이블 시험 인프라도 눈에 띈다. DC 1200kV 내전압, 2400kV 임펄스 시험 설비를 비롯해 AC 800kV 내전압 시스템과 초대형 RF Shield Room을 갖췄다. 국내에서 HVDC 시험 인프라를 보유한 기관은 3곳에 불과해 희소성이 높다.

오창시험소는 차단기·개폐기·서지보호기 등 중전기기 안전성 시험을 담당한다. 특히 국내 최초로 아크차단기와 B-type 누전차단기 분야 국제공인시험소(CBTL)로 지정됐다. 전통시장·물류창고 대상 아크차단기 의무화, 전기차 완속충전기 내 B-type 누전차단기 의무 사용 등 제도 변화에 따른 시험 수요를 지원하고 있다.

KTC는 한국전기산업진흥회(KOEMA) 등과 협력을 강화하며 전력망 고도화와 산업 생태계 조성에도 힘을 보탠다는 계획이다. 향후 70kV급 신송전 시스템 평가 인프라를 구축해 서해안 에너지고속도로 사업과 지역 에너지 산업 육성에도 기여할 방침이다.

안성일 KTC 원장은 “AI 확산으로 전력기기 시장은 급속도로 커지고 있다”며 “시험·인증 역량 고도화를 통해 국내 전력기자재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