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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V2G 상용화 전략 관련 심포지엄 열려
기후부 민관협의체 출범, 올 6월 로드맵 수립
현대차, 2028년 제주 V2G 상용화 추진
표준·인증부터 요금제까지… 과제 극복 총력

10일 서울 서초구 엘타워에서 열린 ‘2026 EV 충전인프라 심포지엄’에 참석한 관계자들이 단체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오철 기자]

전기차를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 에너지를 저장하고 공급하는 ‘움직이는 에너지저장장치(ESS)’로 활용하기 위한 국가적 논의가 본궤도에 올랐다. 기후에너지환경부를 중심으로 지난해 12월 민관협의체가 출범해 오는 6월까지 V2G(Vehicle-to-Grid) 상용화 마스터플랜 수립이 한창인 가운데 산·학·연 전문가들이 모여 구체적인 실행 전략 마련을 위해 머리를 맞댔다.

10일 서울 서초구동차학회와 대한전기학회 전기자동차 전문위원회는 ‘2026 EV 충전인프라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V2G 상용화 전략과 장애 극복’을 주제로 열린 이번 행사에는 60여명의 관계자가 참석해 V2G 시대의 개막을 알리는 기술 현황과 정책 방향을 공유했다.

이날 심포지엄의 첫 포문은 글로벌 상용화 사례와 국내 적용 방안을 주제로 김종규 식스티헤르츠(60Hertz) 대표가 열었다. 김 대표는 네덜란드 사례를 들어 V2G를 통해 가구별 에너지 자립도가 30% 이상 향상된다는 실증 결과를 소개하고 영국 옥토퍼스 에너지가 전기차 리스·양방향 충전기 설치·무료 충전 요금제를 하나로 묶은 패키지 상품으로 소비자 참여를 이끌어낸 사례도 언급했다.

김 대표는 “한국과 해외의 격차는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제도의 문제”라고 진단하며 소규모 전력 중개 사업에 전기차가 참여할 수 있다고 법에 명시돼 있음에도 실제로 어떻게 등록하고 수익을 내야 하는지에 대한 세부 기준이 전무한 국내 현실을 지적했다.

또 그는 “전기차가 보조 서비스로서 어떤 지위를 갖고 어떻게 수익을 낼 수 있는지조차 불명확한 상황”이라며 “6월까지 진행되는 마스터플랜 수립이 이 격차를 좁히는 결정적인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유환 현대자동차 팀장은 지난해 12월 제주도에서 쏘카와 협력해 전기차 20대 규모로 운영 중인 V2G 시범 서비스 현황을 공개했다. 서비스는 B2B와 B2C 두 단계로 나뉘어 추진되며 올 4월에는 제주 도민 40명을 대상으로 B2C 2단계 시범 서비스도 개시될 예정이다.

김 팀장은 “2028년 제주도를 기점으로 1차 상용화를 추진하고 2030년에는 내륙 전역으로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라며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했다.

단, 그는 “완성차·충전기·한전·지자체 등 키플레이어들이 목표 시점을 공유하고 동시에 움직여야 실현 가능한 그림”이라는 전제를 달았다.

 ‘2026 EV 충전인프라 심포지엄 - V2G 상용화 전략과 장애극복' 발제자들. (왼쪽부터) 김종규 식스티헤르츠 대표, 김유환 현대차 팀장, 박창운 전기연구원 선임연구원, 조성수 한전 전력연구원 수석연구원, 김진호 광주과학기술원 교수. []
‘2026 EV 충전인프라 심포지엄 – V2G 상용화 전략과 장애극복’ 발제자들. (왼쪽부터) 김종규 식스티헤르츠 대표, 김유환 현대차 팀장, 박창운 전기연구원 선임연구원, 조성수 한전 전력연구원 수석연구원, 김진호 광주과학기술원 교수. [사진=오철 기자]

시범 서비스가 현장에서 속도를 내는 동안 상용화를 위한 기술적 토대를 어떻게 쌓을 것인지도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박창운 한국전기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단순히 전기를 빼내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전기차가 계통에서 수용 가능한 자원으로 기능하는지에 포커스를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얼마나 안전하게’, ‘얼마나 표준에 맞게’ 계통에 연결할 수 있느냐가 V2G 상용화의 기술적 관건이라는 것이다.

또한 그는 V2G 상용화 협의체가 도출한 15개 기술과제를 소개하면서 물리적 소규모 공간에서 시작해 가상발전소(VPP)로 확장되는 단계적 접근과 함께 ISO 15118-20 등 국제 표준 범위 안에서의 기술 정착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국내 충전기 업체들도 해외로 진출하는 상황에서 국내 표준이 곧 글로벌 경쟁력으로 이어진다는 것이 그의 시각이다.

전력 계통 운영 측면에서의 실무적인 과제도 심도 있게 다뤄졌다. 조성수 한국전력공사 전력연구원 수석연구원은 “V2G는 양은 아직 작지만 기술적으로 ESS와 크게 다르지 않다”며 “태양광이 대용량 사업에서 시작해 소용량으로 일반화된 길을 V2G도 걸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과거 태양광이 겪은 시행착오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사업자가 한전에 계통 연계 신청을 하기 전에 하드웨어 성능과 비즈니스 적합성을 사전에 확인할 수 있는 ‘커미셔닝 테스트’ 제도를 조속히 정착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배전 계통에서 V2G 자원을 활용했을 때 한전이 이를 즉각적으로 보상할 수 있는 시스템이 아직 갖춰져 있지 않다”며 이 시스템 구축이 보급 확산의 전제 조건임을 분명히 했다.

김진호 광주과학기술원(GIST) 교수는 제도적 설계의 방향을 제시하며 V2G가 시장 안에서 굴러가기 위한 조건을 짚었다. 그는 “V2G보다 먼저 V1G(단방향 스마트충전)를 충실히 구현해도 계통 유연성 역할에서 큰 차이가 없다”며 단계적 접근의 유효성을 강조했다.

아울러 소비자 수용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캘리포니아 PG&E의 ‘아워리 플렉스 프라이싱(Hourly Flex Pricing)’을 소개했다. 이 요금제의 핵심은 새 요금제를 선택했을 때 기존 요금제보다 불리하면 차액을 크레딧으로 보전해주는 ‘빌 프로텍션(Bill Protection)’으로, 소비자가 재무적 리스크 없이 V2G에 참여할 수 있는 구조다. 김 교수는 “이런 정교한 요금 설계가 뒷받침돼야 V2G가 시민 일상에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2026 EV 충전인프라 심포지엄’ 현장. [사진=오철 기자]

전기신문 | 2026.03.11 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