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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에도 설치 의무 전기차 충전기에 ‘사용 금지’
‘이용중’ 안내 무색하게 관리소 자체 중단
청라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입주민 공포 여전
피해 예방 대책 부재, CPO와 지자체도 “강제할 수 없어”
현실적인 지원 방안 요구, 궁극적으로 전기차 화재 공포 불식해야 목소리

올해부터 기축 건물까지 전기차 충전기 설치 및 운영이 법적으로 의무화됐지만, 여전히 많은 충전기가 사용할 수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전기차 화재 공포가 남아있는 가운데, 행정 주체인 지방자치단체마저 선뜻 단속에 나서지 못하면서 전기차 사용자는 물론 CPO와 건물 관리자들까지 어려움을 겪는 모습이다.
◆ ‘혈세’ 먹고 잠자는 전기차 충전기
본지 취재 결과, 전국 곳곳의 상가 및 공동주택 건물들이 전기차 충전기를 설치해 두고도 사실상 운영을 중단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는 지난 1월부로 기축 건물까지 충전기 의무 설치 유예기간을 종료한 상태다.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을 통해 100세대 이상 공동주택이나 주차면 50면 이상 공중이용시설은 신축과 기축까지 2022년 1월 28일 기준으로 전체 주차 대수 중 각각 2%, 5% 이상 충전기를 의무적으로 갖춰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친환경차 누리집에 ‘운영중’이라는 충전기 중 상당수가 실제로는 충전을 할 수 없도록 접근을 차단하고 있다. 아예 충전기 전원을 차단하거나 케이블을 뽑아둔 경우도 있고, 심지어는 쓰레기를 적치하거나 분리수거장으로 이용하는 경우도 있었다.
건물 관리자가 충전소를 닫아버린 가장 큰 이유는 ‘전기차 화재 공포’다. 2024년 8월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발생한 대규모 화재 이후, 상당수 건물 관리자가 자체적으로 충전소를 폐쇄하고 여전히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한 CPO 업체 관계자는 “화재 사고 이후 많은 건물이 충전기를 아예 꺼버렸다”며 “그나마 전원이라도 켜도록 요청했지만, 여전히 운영 기록이 전혀 없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특히 본지가 확인한 건물은 환경부 등 세종 정부청사와 지근거리에 있는 대형 상가들이었다. 정부가 전기차 충전기 보급을 위해 대당 수백만원 세금을 쏟아부었지만, 정작 등잔 밑의 불법 현장조차 통제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공동주택 중심인 국내에서 공간 효율을 확보하며 전기차를 보급하고 V2G 등 미래형 서비스까지 구현하기 위해서는 빠른 시일 내에 PLC 모뎀을 탑재한 스마트 제어 충전기를 지하를 포함한 최대한 많은 공간에 설치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전기차 화재 공포가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는 가운데, 충전기와 관련한 음모론이 확대되면서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다. [사진=옥토퍼스에너지]](https://www.bionever.com/wp-content/uploads/2026/09/366078_577034_2657.jpg)
◆ ‘을(乙)’로 전락한 CPO… 실적 타격에도 “속수무책”
충전기 운영 사업자(CPO)들은 난감함을 넘어 무력감을 호소하고 있다. 기기가 멈추면 당장의 운영 수익 저하는 물론, ‘설치 대수 대비 가동 시간’으로 산정되는 가동률 실적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기 때문이다.
가동 실적이 신규 수주와 정부 보조금 사업 평가의 핵심 지표로 활용되는 만큼, 건물 측의 일방적인 충전소 폐쇄로 CPO가 입는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그럼에도 CPO가 건물 측에 가동을 강제할 방법은 없다. 계약 관계상 철저한 ‘을’의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충전소 유치를 위한 업계 내 리베이트 경쟁까지 횡행하는 마당에, 자칫 계약 자체가 해지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한 대형 CPO 관계자는 “운영 기록이 단절되면 현장 실사 후 재가동을 권고하는 공문도 보내지만, 건물주가 ‘불나면 책임질 거냐’고 나오면 전원까지는 켜두더라도 실제 개방은 끝까지 거부하는 분위기”라며 “충전기 설치 경쟁이 심한데, 정부가 CPO에 책임을 지라고 해도 도리가 없다”고 토로했다.
그나마 CPO가 관리하는 공용 충전기는 먹통 현황이라도 파악할 수 있다. 건물 자체 비용으로 충전기를 설치한 비공용 기기는 운영 여부조차 확인이 어렵다.

◆ 충전기는 먹통인데 ‘충전 방해’ 벌금만 부과
단속 권한을 가진 지자체는 상당수가 인력과 행정력 부족으로 손을 쓰지 못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전수조사는 엄두도 내지 못하고, 신고를 받으면 수동적으로 현장을 확인하기도 벅차다.
일단 정부는 전기안전관리법상 신고 및 보험 가입 의무를 오는 5월 28일까지로 유예한 상태지만, 이후에도 실질적인 단속에 나설 수 있을지는 불투명한 상태다.
그러다보니 자체적으로 충전기를 운영하는 건물은 관리자가 담당자를 속이기도 쉽다. 단속이 나올 때만 충전기를 운영하거나, 케이블이 없는 상태로 전원만 켜놓으면 책임을 피할 수도 있다.
이 과정에서 황당한 행정 모순도 발생하고 있다. 오랫동안 충전기 전원을 끄고 쓰레기를 적치하는 등 기능을 상실한 구역인데도, 바닥에 전용 구역 선을 그었다는 이유로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
전기차 충전 구역 방해 금지는 전기차 보급을 장려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여전히 많은 전문가가 충전 구역을 따로 마련하기보다 충전기를 유연하게 설치하자고 제안하는 상황. 목적을 잃고 단지 지자체 ‘가외수입’으로 전락한 셈이다.
세종시 환경정책과 관계자는 “담당 인력이 1명뿐이라 전수조사는 불가능하며, 신고 건에 대해서만 현장 조사를 나가는데 한 곳을 확인하는 데만 수시간이 소요돼 즉각적인 처리가 어렵다”며 “설치 의무 기한이 지났어도 적발 시 무조건 과태료를 부과하기보다는, 시정명령을 통해 일정 기간 계도 기간을 주고 있는 상황”이라고 해명했다.
![송도 전기차 화재 현장을 조사하는 정부와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관계자들. [사진=연합뉴스]](https://www.bionever.com/wp-content/uploads/2026/09/366078_577033_2528.jpg)
◆ “안전 보증이 먼저”… 행정소송 불사하는 관리자
건물 관리자들도 할말이 많다. 아직도 적지 않은 입주민들이 전기차 화재 공포를 호소하고 있는 만큼, 뚜렷한 대안 없이 무작정 충전기를 가동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가장 큰 문제는 근본적인 화재 피해 예방 대책이 없다는 점이다. 정부가 전기차 화재시 발빠르게 대응해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까지는 마련했지만, 정작 화재나 피해를 예방할 확실한 지원을 약속하지는 못했다는 게 관리자측 주장이다.
당장 충전 구역에 방재 시설을 설치하는데 필요한 비용이 적지 않다. 그렇다고 충전 구역을 1층으로 옮기려고 해도 공간이 아예 없는 경우도 많다.
이에 따라 일부 관리자들은 지자체에 지원책을 마련하거나 규제 완화 등 방안을 제시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차라리 과태료를 내는 게 낫다며 강경한 입장도 있다.
세종시 세종중앙타운의 김동기 관리센터장은 “지하 주차장에서 전기차 화재가 발생할 경우 입주민 생명과 재산을 보호할 뾰족한 수가 없다”며 “확실한 방재 대책을 보증하기 전까지는 충전기를 운영하지 않을 것이고, 과태료를 부과하면 행정소송으로 다툴 생각도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 안전한데 지상 이전 보조금? 엇박자 행정에 공포 더 키워
김동기 센터장은 구체적인 방안도 제시했다. 지상 공개 공지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거나, 방화벽으로 격리된 공간을 구축하는 비용을 지원하는 등 정책을 먼저 제시해야 한다는 것.
김동기 센터장은 “구축은 전기차 화재에 대비해 건물 천장을 모두 내연재로 바꾸려면 큰 돈이 들고 현실적으로도 어렵다”며 “1층 화단 등 공개공지를 활용해 충전기를 지상으로 옮길 수 있도록 지자체가 조례를 개정하거나, 방화벽으로 완전히 격리된 별도 공간을 구축하는 비용을 지원하면 된다”고 제언했다.
CPO 업계에서는 보다 근본적으로 전기차 화재 공포를 없애야 한다고 보고 있다. 전기차 화재가 수차례 조사를 통해 충전기가 원인이 아니었다고 밝혀진데다가, 청라 전기차 화재 사고에서 피해 규모가 컸던 이유도 전기차가 아닌 관리 문제였다는 것.
전기차를 지하에 주차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면, 충전기 위치는 화재와 관련이 전혀 없다는 얘기다.
스마트 제어 충전기 역할이 과소평가되고 있음에도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유튜버 등 일각에서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지만, 과충전 방지 뿐 아니라 배터리 상태 확인 등 화재를 예방할 수 있는 충분한 기능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아울러 정부가 전기차 충전기 운영을 법으로 강제하면서도 일부 지자체가 충전기를 지상으로 옮기면 보조금을 지원하는 정책을 펼치면서 오히려 공포를 부추긴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한 관계자는 “한쪽에서는 지하 충전기를 1층으로 옮기면 보조금을 지급하며 사실상 ‘지하가 위험하다’는 공포를 스스로 부추기는 것은 심각한 엇박자”라면서 “제도 개편에 앞서 스마트 제어 충전기 등의 안전성을 입증하고 전기차에 대한 불안감을 씻어내는 조치가 시급하다”고 꼬집었다.
전기신문 | 2026.03.17 보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