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원문 : https://www.electimes.com/news/articleView.html?idxno=372090

기후부 공공급속충전기서도 같은 사고 발생
교통안전공단 결함 판단…국토부 조사 진행 중
CPO 피해 누적…제작사는 개별 교체에 그쳐
350kW 확대·하계 폭염에 융착 위험 더 커져

전기차 충전구와 충전기 커넥터의 융착으로 인해 고장난 DC 충전 인렛. [출처=유튜브 채널 ‘라미캠핑’ 영상 캡처]
전기차 충전구와 충전기 커넥터의 융착으로 인해 고장난 DC 충전 인렛. [출처=유튜브 채널 ‘라미캠핑’ 영상 캡처]

지난 1월 한국교통안전공단이 현대자동차그룹 E-GMP 플랫폼 전기차의 DC 충전 인렛 절연캡 이탈 현상을 ‘결함’으로 판단해 국토교통부에 의견을 전달했지만, 이용자를 대상으로 한 제작사 차원의 별다른 조치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그사이 융착 사고는 민간 충전사업자(CPO)를 넘어 기후에너지환경부가 구축하는 공공 급속충전기로 번졌다.

전기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이 문제는 1~2년 전부터 발생해온 것으로 파악된다. 결함이 있는 차량은 2021~2023년 생산된 아이오닉5·6, EV6·9 등이다. 이들 차량의 충전구(DC 충전 인렛) 안에는 절연캡이라는 작은 플라스틱 부품이 있는데, 충전 중 이 캡이 헐거워져 빠지는 경우가 발생했다. 문제는 빠진 절연캡이 차량이 아니라 충전기 커넥터 쪽에 남는다는 점이다. 이 상태에서 다음 이용자가 같은 충전기로 충전을 시작하면, 고전압에서 발생하는 열로 캡이 녹으면서 충전기 커넥터와 차량 충전구가 서로 들러붙는 ‘융착’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정작 캡을 떨어뜨린 차량은 아무 문제 없이 충전을 마치고 떠나기 때문에, 피해는 뒤에 충전한 이용자와 충전사업자가 고스란히 떠안는다. 사고가 발생해도 어느 차량이 원인인지 특정하기 어렵다는 문제도 있다.

지난달 25일 기후부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공공 급속충전기에서도 같은 유형의 사고가 확인되면서, 기후부는 한국자동차환경협회, 현대차와 함께 대응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그동안 일부 CPO가 자체 비용이나 보험으로 이용자 피해를 우선 처리해 왔지만, 공공충전기까지 확산되면서 비용 부담 주체를 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한 민간 CPO가 국토부에 제출한 의견서에는 해당 사업자 한 곳에서만 15건의 융착 사고가 접수돼 청구금액이 1874만원에 달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지난해 초 수십만원 수준이던 건당 청구액은 올해 4월 안동휴게소 사례에서 약 650만원까지 올랐고, 사고는 대부분 초급속 충전기에 쏠렸다.

AS를 받고 교체한 충전 인렛. 신형 충전 인렛으로 예전 부품과 절연캡 구조와 소재가 다르다. [사진=라미캠핑, EP73 갈무리]
AS를 받고 교체한 충전 인렛. 신형 충전 인렛으로 예전 부품과 절연캡 구조와 소재가 다르다. [사진=라미캠핑, EP73 갈무리]

앞으로가 더 문제라는 우려도 나온다. 발열량은 전류의 제곱에 비례하는데, 최근 보급이 늘고 있는 350kW급 충전기의 최대 전류는 435A로 200kW급(200A)의 두 배를 넘는다. 같은 접촉 불량 상태에서도 발열량이 약 4.7배로 늘어난다는 계산이 나온다.

여름철 기온 상승으로 차량이 더 높은 전류를 요청하는 빈도가 늘어나는 점도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차량과 커넥터의 온도센서가 발열을 감지하기 전에 국소 융착이 진행된다는 분석도 의견서에 담겼다.

제작사가 결함을 인지하고 있다는 정황도 여전하다. 2022년식 이후 생산된 차량은 절연캡 구조와 소재를 개선해 같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또 사고가 난 구형 차량이 서비스센터에 들어오면 개선된 부품으로 바꿔주고 있다. 문제는 이 조치가 입고된 차량에 한해서만 개별적으로 이뤄진다는 점이다. 전체 대상 차량에 통지하고 무상으로 점검·수리해주는 ‘리콜’이나 ‘공개무상수리’와 달리, 지금 방식은 차주가 직접 정비소를 찾아가야만 개선품으로 바뀐다. 이 때문에 결함을 알지 못한 채 계속 운행하는 차량이 여전히 많고, 그만큼 제3자 피해도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해외에서 같은 결함이 확인된 사례도 있다. 현대차 미국법인은 절연캡이 헐거워져 빠지는 현상을 공식 기술자료(TSB)를 통해 인정하고 개선 부품을 도입한 바 있다. 리콜이 아닌 보증수리 차원의 조치이긴 하지만, 결함 자체를 공식 문서로 인정했다는 점에서 국내와는 차이가 있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한 CPO 관계자는 “차량 결함으로 발생한 사고인데도 피해 복구 비용과 대응은 사실상 충전사업자와 이용자 몫으로 떠넘겨지고 있다”며 “리콜 여부와 별개로 제작사가 피해 접수·집계 창구라도 마련해 실태를 파악하고, 최소한의 보상 기준을 제시한다면 현장의 혼선은 지금보다 훨씬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현대차 관계자는 “현재 국토교통부 주관으로 제작결함조사가 진행 중이며 조사에 적극 협조하고 있다”며 “조사 결과에 따라 필요한 후속 조치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기신문 | 2026.09.09 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