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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 상위 6개사 중 5곳 적자…‘공공재의 비극’
완속·급속 세금 인프라, 고철로 방치되는 현장
살리고 싶어도 한전 보증금에 발 묶인 CPO들
“운영도 보상해야”…가동률 연계 보조금 거론도
전기차 100만대 시대가 열렸지만, 이를 떠받쳐야 할 충전 인프라 업계는 오히려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리베이트로 얼룩진 영업 현장, 잇따르는 제조사·운영사의 도산과 폐업, 그리고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는 요금·보조금 정책까지, 겉으로 드러난 성장의 이면에서 산업의 기초 체력은 소리 없이 무너지고 있다. 본지는 수개월간의 현장 취재와 업계 관계자 인터뷰를 토대로 이 위기의 실체를 연속 기획으로 진단하고, 산업이 다시 궤도에 오를 수 있는 방향을 함께 모색한다.
![충전 중인 전기차들. [사진=연합뉴스]](https://www.bionever.com/wp-content/uploads/2026/09/370633_583316_3112.jpg)
전기차가 도로를 채워가는 속도만큼, 이를 지탱해야 할 충전 인프라 산업은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 제조사와 운영사가 줄줄이 문을 닫고, 아파트 영업 현장은 리베이트 논란으로 얼어붙었으며, 정책은 여전히 설치 대수 늘리기에만 매몰돼 있다. 그 결과가 가장 눈에 띄게 드러나는 곳이 바로 방치된 충전기다. 공공시설이나 일부 아파트를 둘러보면 “설치업체의 전기요금 체납으로 한국전력공사로부터 전기공급이 정지됐다”는 안내문이 붙은 충전기를 심심찮게 마주친다. 국민 세금이 들어간 인프라가 고철 덩어리로 전락한 셈이다. 이런 방치 사례는 이미 여러 매체를 통해 알려졌다. 그러나 취재 과정에서 확인한 건 좀 더 심각한 문제였다. 사업자가 밀린 요금을 갚고 충전기를 되살리려 해도, 그럴 수조차 없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사실이다.
◆ 살리고 싶어도 못 살린다
지난해 회생절차에 들어간 한 CPO의 충전기가 전국 곳곳에서 멈춰 선 사례는 여러 차례 보도됐다. 이 경우는 자금 사정 악화가 원인이라 사정이 비교적 명확하다. 그러나 취재 과정에서 확인한 건, 모든 ‘방치된 충전기’가 같은 이유로 멈춘 게 아니라는 사실이다.
자금난과 무관하게 복구 의지가 있는 사업자조차 발이 묶이는 사례가 따로 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한 급속 중심 CPO는 밀린 전기요금을 내고 충전기를 재가동하려 했지만, 한전의 일부 지사에서 과도한 보증금을 추가로 요구해 복구를 미루고 있다. 한 한전 지사는 밀린 요금 외에 3개월 치 전기료를 보증금 명목으로 더 내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월 전기료가 3000만원인 충전소라면 밀린 요금과 별개로 1억2000만원을 추가로 마련해야 하는 셈이다.
반복적인 체납을 막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 보증금이 성실납부 실적에 따라 차감되거나 돌려받는 구조가 아니라, 충전기를 철거하거나 계약이 끝날 때에야 돌려주는 방식이라는 점이다. 매출 대부분이 충전 수익인 중소 CPO 입장에서는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의 현금이 기약 없이 묶이는 셈이다. 요금을 갚아도 복구는 안 되고, 돈만 발이 묶이는 구조다. 살리려는 의지가 있어도 제도가 막아서는 형국인 셈이다.
◆ 운영도 보상해야 한다는 목소리
최근 국회에서 열린 한 세미나에서 정종선 법무법인 지평 고문은 매출 상위 6개 충전사업자 중 5곳이 순손실을 내는 현실을 짚으며 “대기업 제조사 청산, 운영사 자산 매각, 희망퇴직, 중소사업자 폐업이 동시에 벌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를 ‘공공재의 비극’이라 불렀다. 충전 인프라는 설치로 끝나는 설비가 아니라 계속 운영돼야 이용자에게 필수재가 된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런 악순환을 끊으려면 부도난 사업자의 방치 자산을 신속히 청산하고, 신규 사업자에 영업권을 재배정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부터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기계만 심으면 지급하던 초기 구축비 지원 방식을 축소하고 실제 가동률과 민원 해결 속도를 계량화해 우수 운영사에 사후 운영 보조금을 차등 지급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다만 기후에너지환경부 측은 예산과 평가 체계를 전면 개편하는 데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는 입장이어서, 실제 정책에 반영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방치된 충전기를 사업자가 복구하고 싶어도 못 하는 현실은, 설치 이후 단계에 대한 정책적 고려가 아직 충분치 않다는 점을 보여준다. 다음 편에서는 이 같은 방치 사태의 또 다른 배경으로 지목되는 아파트 단지 리베이트 문제의 실체를 짚어본다.
전기신문 | 2026.07.25 보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