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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주행 차량 활보하는 시대, 충전 인프라도 ‘고도화’
그린파워·와이파워원, 무선충전 기술로 편의성 극대화
모던텍 ‘서울 보이’, 로봇팔로 교통약자 충전 불편 해소
에바, 자율주행 충전로봇으로 ‘전용구역’ 필요없는 시대

자율주행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 테슬라 FSD 차량이 우리나라 도로를 달리고, 북미 주요 도시에서는 웨이모 로보택시가 상용 서비스 중이다. 자율주행은 더 이상 먼 미래 이야기가 아니다. 이에 발맞춰 전기차 충전 인프라도 진화하고 있다. 케이블을 직접 꽂는 번거로움을 없앤 무선충전, 로봇이 대신 충전해주는 로봇충전기, 차량이 있는 곳으로 찾아가는 자율주행 충전로봇까지. 국내 기업들이 선보이는 미래형 충전 기술을 통해 스마트 충전 인프라의 오늘을 살펴본다.

◆주차만 하면 끝…‘무선충전’이 바꾸는 충전 패러다임

전기차 무선충전은 편의성의 끝판왕이다. 주차 후 스마트폰 앱으로 결제만 하면 자동으로 충전이 시작된다. 충전 케이블을 들고 차량 충전구에 꽂는 번거로움이 사라지는 것이다. 여기에 자율주행 기술까지 접목되면 그야말로 완전 무인 충전이 가능해진다.

국내에서 무선충전 기술을 선도하고 있는 그린파워(GREEN POWER)는 경상북도 규제자유특구 사업에서 22kW급 무선충전 시스템 실증을 진행 중이다. 실증 장소는 경북테크노파크와 경산 황정주유소. 그곳에서 11kW급 WPT3와 22kW급 WPT4(국제 표준 무선충전 레벨) 시스템을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이 특구 사업은 연말에 전국 28개 특구 중 3~4위 수준의 우수특구로 평가를 받기도 했다. 특히 주유소에서의 무선충전 실증은 국내 최초다. 현행 법규상 주유소 내 전기차 충전설비 설치가 제한돼 있어 안전성 검증과 규제 개선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실증은 2025년 말 공식 종료됐지만 특구는 2026년 8월까지 운영된다.

그린파워의 무선충전 시스템은 동일한 패드 크기로 출력을 11kW에서 22kW로 두 배 늘리면서 충전 시간은 절반으로 단축했다. 테슬라 로봇택시 대응 25kW급과 국제표준 WPT5에 해당하는 50kW급 시스템도 개발 중이다. 김윤성 그린파워 상무는 “11kW, 22kW 시스템은 상용화 단계에 접어들었다”며 “테슬라 로봇택시 대응과 국제표준을 겨냥한 고출력 시스템 개발에도 상당한 진척이 있다”고 말했다.

하남에서는 자율주행차와 무선충전을 결합한 무인 자동 무선충전 시스템 실증도 진행 중이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이 총괄하고 그린파워가 무선충전을 담당하는 이 프로젝트는 하남 미사주차타워에서 2026년 6월까지 이어진다. 차량이 스스로 주차하고, 자동으로 무선충전까지 받는 완전 무인 시스템이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와이파워원(WiPowerOne)도 무선충전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2019년 두바이 실리콘 오아시스 전기도로 실증을 시작으로, 2021년부터 대전시 특구버스 무선충전 시스템(150kW급)을 운영 중이며, 지난해에는 청주 물류센터에 전기트럭용 무선충전소(50kW급)를 상용화했다. 올해는 현대건설과 협업으로 유무선 통합 충전기 설치까지 확대했다. 청주 물류센터의 경우 효율이 92.5%로, 50kW 출력에서 약 44kW의 실제 충전이 가능하다.와이파워원의 강점은 독자 개발한 다상·다계층 무선전력전송 기술이다. 이 기술로 차량에 장착되는 수신패드의 크기와 무게를 대폭 줄이고, 전력 밀도를 획기적으로 높여 전기승용차용 고속 무선충전을 가능하게 했다. 국제표준 대비 약 1.5배 넓은 충전 허용 영역을 구현해 주차 오차에도 유연하게 대응한다.

최근 시장 확장에도 적극적이다. 지난해 10월 ‘DIFA 2025’ 전시회에서 레인보우로보틱스, 피에이치에이와 공동으로 AMR(자율주행 모바일 로봇)용 무선충전 시스템을 시연했고, 12월에는 기아 PBV 아이디어 공모전 스타트업부문 최우수상을 받았다. 로봇택시, AMR, 휴머노이드 등 피지컬 AI 시대를 겨냥한 무선충전 시스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로봇팔이 꽂아주는 미래…모던텍 ‘서울 보이’

서울 강서구 신방화역 환승주차장. 이곳에는 다른 충전소에서 찾아볼 수 없는 특별한 장비가 있다. 바로 로봇팔이다. 전기차를 주차하고 앱에서 결제만 하면, 로봇팔이 레일을 타고 이동해 충전구 덮개를 열고 충전건을 자동으로 꽂아준다. 충전이 끝나면 다시 충전건을 회수하고 제자리로 돌아간다.

모던텍(MODERNTEC)이 개발하고 서울시와 함께 실증 중인 AI 기반 로봇 자율충전 시스템 ‘서울 보이’다. 2024년 6월부터 운영에 들어갔으며, 로봇 1대가 3대의 전기차를 동시에 충전할 수 있다. 현재는 법적 안전 요건에 따라 관리자가 상주하는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로봇팔에는 3D 비전 카메라와 2D 카메라가 적용돼 있다. AI가 전기차 충전구를 정확히 인식해 자동으로 충전건을 결합한다. 현재는 아이오닉5, 코나EV, EV6에 최적화돼 있지만, 향후 테슬라를 포함한 다양한 전기차 모델로 확대할 계획이다.

안전 시스템도 철저하다. 관제 카메라와 모니터링 시스템 4대가 충전 전 과정을 확인하며, 사람이나 반려견이 로봇 작동 공간에 들어오면 즉시 동작을 멈춘다.

초기 체험단 운영 결과, 이용자들은 무거운 충전건을 로봇이 대신 꽂아준다는 편의성에 높은 만족도를 보였다. 일부 공기업은 이 시스템이 노약자와 여성 이용자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으로 평가하며 협력을 제안했다.

김동오 모던텍 상무는 “로봇충전기는 장애인, 임산부, 노인 등 교통약자들이 편리하게 충전할 수 있도록 돕는다”며 “일반 급속충전기도 안전하지만, 일부 사용자들이 대전류·대전압에 거부감을 느끼는 경우가 있는데 로봇충전은 이런 부담을 덜어준다”고 설명했다.

로봇충전 시스템은 시장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한전 KDN이 사업화 협력 의향을 밝혔고, 한전 본사에도 설치를 검토 중이다. 부산 에코델타시티 스마트시티 사업 입찰에도 제안서를 제출했다. 지난해 9~10월에는 LG CNS와 협력해 전기버스용 로봇충전 관리 시스템을 샌프란시스코 전시회에서 선보였다.

로봇충전기는 구당 30kW 출력으로 설정돼 있지만, 설정만 바꾸면 최대 120kW까지 가능하다. 전력 분배 기술이 적용돼 로봇 하나로 3대를 동시 충전할 수 있어 가성비도 뛰어나다.

◆주차 구역 제약 없는 시대…에바의 자율주행 충전로봇

‘전기차 전용 충전구역’ 때문에 내연기관차 운전자와 전기차 운전자 사이 갈등이 적지 않다. 충전이 끝났는데도 자리를 비우지 않는 전기차, 충전 중인 자리에 주차하는 일반 차량 문제가 반복되기 때문이다. 충전하려면 특정 주차면을 찾아가야 하는 불편함도 여전하다.

에바(EVAR)가 개발한 자율주행 전기차 충전로봇 ‘PARKY(파키)’는 이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한다. 에너지저장장치(ESS)를 탑재한 로봇이 스스로 주차장을 돌아다니며 충전이 필요한 차량을 찾아가 충전해주는 방식이다. 전용 충전구역이 필요 없다.

작동 원리는 이렇다. 사용자가 차를 주차하고 차량에 충전건을 연결하면, 로봇이 자율주행으로 해당 차량을 찾아간다. 로봇은 벽이나 기둥에 설치된 마커를 인식해 실내에서도 정확한 위치를 파악한다. 디스펜서에 도킹한 뒤 ESS에 저장된 전력으로 차량을 충전한다.

에바는 이 시스템을 상용화하기 위해 국토교통부 스마트도시 규제샌드박스 승인을 받아 경기 성남시에서 20개월간 실증을 시작했다. K-주소체계의 입체주소·실내주소를 기반으로 정밀한 위치 인식이 가능한 점이 특징이다. 파키는 2023년 CES에서 스마트시티 및 로보틱스 부문 혁신상을 수상하며 글로벌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이용자 편익도 크다. 주차장 운영자는 신규 충전소 설치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수전 용량이 부족한 건물에서도 ESS를 활용해 충전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전기차 이용자는 주차 구역 제약 없이 어디서나 충전할 수 있고 충전 완료 후 차를 다시 빼서 주차해야 하는 번거로움도 사라진다.

조영만 에바 이사는 “자율주행 충전로봇은 단순히 충전소 개념을 넘어 자율주행 시대를 맞이하는 새로운 충전 서비스 모델”이라며 “전용 충전구역 갈등 해소와 주차장 공간 효율성 향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