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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의체, 로드맵 완성, 기후부 보고 마쳐…공청회 거쳐 확정
12차 전기본 유연자원 공백 메울 핵심 카드로 부상
양수발전 1/14 비용으로 유연자원 절반 확보 경쟁력
‘현금 대신 무료 충전’…옥토퍼스식 보상모델 유력 검토

제주도에 설치된 V2G 충전기들.  [사진=오철 기자]
제주도에 설치된 V2G 충전기들.  [사진=오철 기자]

전기차 배터리를 활용해 전력망의 유연성을 확보하는 V2G(Vehicle to Grid) 상용화 전략의 밑그림이 완성됐다. 기후에너지환경부 산하 ‘V2G 상용화 전략 추진협의체’가 6개월간 작업한 종합 마스터플랜이 최근 기후부 내부보고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V2G  상용화 전략은 향후 공청회와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그동안 취재해온 협의체 관련 발표와 세미나 자료 등을 토대로 로드맵 핵심 내용을 짚어봤다.

◆52명이 6개월간 추려낸 19개 과제

협의체는 지난해 12월 출범해 산학연관 52명의 위원이 참여했다. 기술분과는 한국전기연구원이, 법·제도·시장분과는 한국전력연구원이 맡아 각각 과제를 발굴했다. 이재조 한국전기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최근 발표에서 “처음에는 43개 과제를 만들었는데 너무 많아 38개로 줄이고, 다시 회의를 거쳐 22개로 압축했다”며 “여러 차례 협의를 거쳐 지금의 기술 9개, 법·제도·시장 9개, 공통 1개 등 총 19개 과제가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2026~2028년 법적 기반 구축과 제주 시범사업 및 소매시장 개시 ▲2029~2030년 도매시장 개방 및 제도 고도화 ▲2031년 이후 본격 상용화로 이어지는 3단계 로드맵을 담고 있다.

V2G 상용화 단계별 추진 전략. [사진=전기연구원]

◆이미 깔려 있는 ‘유휴 배터리’를 쓰자

정부가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100GW 보급을 추진하면서, 태양광·풍력의 간헐성을 보완할 유연성 자원의 필요성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전기가 남을 때 저장했다가 모자랄 때 꺼내 쓰는 이 역할은 그동안 양수발전소와 ESS가 맡아왔다.

그런데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장주기 유연자원 수요는 2035년 17.9GW, 2038년 23.0GW로 급증하는 반면, 현재 계획에 반영된 확보 용량은 각각 10.2GW, 14.5GW에 그쳐 2035년 7.7GW, 2038년 8.5GW의 공백이 예상된다.

이 공백을 새 양수발전소로 메우려면 1GW당 1조~2.8조원이 들고, 입지 선정도 쉽지 않다. 반면 전기차는 이미 100만대가 보급됐고, 70kWh 이상의 대용량 배터리를 탑재한 채 하루 90%는 그냥 주차장에 주차돼 있다. 정부가 매년 2조~3조원을 전기차·충전기 보조금으로 쓰고 있다는 점도 협의체가 주목한 대목이다. 이미 깔아놓은 자산을 추가 비용 없이 활용할 수 있다는 논리다. 실제 1GW 구축 비용은 V2G가 2000억원 수준으로 양수발전(1조~2.8조원), ESS(8500억원)보다 압도적으로 저렴하다.

유럽 V2G 서비스 보상 수준. [제공=전력연구원] V2G를 통한 유연자원은 그리드 안정화를 위해 향후 추가 확보가 시급한 유연자원 물량을 분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진=전기연구원]
유럽 V2G 서비스 보상 수준. [제공=전력연구원] V2G를 통한 유연자원은 그리드 안정화를 위해 향후 추가 확보가 시급한 유연자원 물량을 분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진=전기연구원]

이재조 박사는 “양수발전소는 입지 선정과 막대한 비용 부담이 있지만, V2G는 충분히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는 비용으로 소비자의 이동 편익을 보장하면서 전력망에도 기여할 수 있는 자원”이라며 “이 갭을 전기차 V2G로 메우자고 제안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V2G 참여율을 10~25%로 가정하면 2035년 5~12.5GW, 2038년 8~20GW의 유연자원 확보가 가능해 전체 수요의 절반 이상을 분담할 수 있다는 게 협의체 추산이다. 협의체는 이 내용을 현재 수립 중인 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반영해줄 것을 제안했다.

◆보상은 ‘무료 충전’이 유력

남은 과제는 전기차 소유자를 어떻게 끌어들이느냐다. 협의체가 참고한 모델은 영국 옥토퍼스 에너지다. 핵심은 ‘현금 보상’이 아닌 ‘무료충전’이며, 구체적으로는 충전 요금을 깎아주는 방식이다. 방전으로 발생한 차익에 세금을 매겨야 하는 구조상 현금을 직접 지급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협의체 관계자는 “배터리 전기를 팔아 수익이 생기면 세금을 매겨야 하니 현금을 줄 수는 없다”며 “그래서 충전 요금을 할인해주는 방식, 즉 투자에 대한 보상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럽 V2G 서비스 보상 수준. [제공=전력연구원]
유럽 V2G 서비스 보상 수준. [제공=전력연구원]

구체적인 구상은 출퇴근 거리만큼 보상하는 방식이다. 통상 출퇴근 거리를 20~30km, 1회 충전비용을 2500~3000원 안팎으로 가정하면 한 달 20일 기준 5만~6만원 수준의 충전 요금 할인이 가능하다는 계산이다. 다만 하루 7시간 이상 충전 커넥터를 꽂아둬야 한다는 옥토퍼스의 조건도 동일하게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

보상 재원은 기존 수요반응(DR) 시장 수준을 참고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DR 시장 규모가 연간 2000억~2500억원 수준인 점을 고려해, 전기차 V2G도 2035년 연간 2500억원 규모의 보상 시장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게 협의체의 전망이다.

다만 이재조 박사는 보상 체계에 대해 “아직 공감대가 이뤄진 단계는 아니며 아이디어를 모으는 중”이라며 “개인적으로는 한국 소비자의 참여율이 10%를 훨씬 넘어 50%에 이를 수도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전기신문 | 2026.07.02 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