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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부터 태양광 수출증치세 환급 일시 종료…저가공세 변화 조짐
업계 “단기 물량 공세 이후 가격 경쟁 대신 기술 경쟁 전환 전망”
국산 생태계 보호 정책과 맞물려 “국내엔 기회 요인 될 것 ” 기대감

중국 정부가 태양광과 배터리 제품에 적용해 온 수출증치세 환급 제도를 폐지키로 하면서 국내외 재생에너지 산업 전반에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그간 글로벌 시장을 장악해온 중국의 저가 공세 구조에 변화 신호가 감지되면서 업계에선 본격적인 기술 경쟁 국면에 접어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중국 재정부와 국가세무총국은 지난 9일 공동 공고를 통해 오는 4월 1일부터 태양광 제품에 대한 수출증치세 환급을 전면 폐지하고 배터리 제품은 환급률을 단계적으로 낮추겠다고 밝혔다. 이는 2013년 환급 정책 시행 후 첫 지원책 철회 사례다.

수출증치세 환급은 중국 내에서 생산·유통 과정에서 발생한 증치세(부가가치세)를 수출 시 환급해주는 제도다. 내수 판매 시 납부해야 할 증치세를 면제하거나 상계한 뒤 잔여분을 돌려주는 방식으로 사실상 수출 보조금 역할을 해왔다. 이는 중국 태양광과 배터리 산업이 세계 시장에서 압도적인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는 핵심 수단으로 기능하는 열쇠였다.

공고에 따르면 태양광 부문에서는 2026년 4월 1일부터 태양광 전지와 강화유리·전도성 유리· 육불화인산리튬 등 총 249개 품목의 수출증치세 환급이 폐지된다. 배터리 부문은 같은 날부터 22개 배터리 및 부품의 환급률을 기존 9%에서 6%로 낮추고 2027년 1월 1일부터는 환급을 전면 중단한다.

시장에서는 이번 조치를 중국 내부 구조조정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가격 경쟁을 통한 출혈 경쟁을 완화하고 산업 재편을 유도한다는 구상이다.

실제 중국 정부는 앞서 지난 6일 주요 실리콘 제조 기업을 소집해 생산량 및 가격 담합 금지를 요구한 바 있다. 공급 과잉과 저마진 경쟁이 장기화되면서 단순 물량 확대 중심의 성장 모델에 한계를 체감한 것.

조치가 시행되면 가격 측면에서는 중국산 제품의 상승 요인이 커질 수밖에 없다. 환급이 사라지면 단순 계산으로는 6~9% 안팎의 원가 부담이 생기지만 실제 시장 체감은 그 이상이 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당장 업스트림 부문에서는 실리콘·웨이퍼·셀 가격이 상승했다는 게 중국전문가포럼(CSF)의 관측이다.

다만 이 부담이 그대로 해외 가격에 전가될지는 아직 불확실하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중국 판매법인들이 영업이익을 감수하며 가격을 유지할지, 점진적으로 인상분을 반영할지가 변수이기 때문이다. 일부 소재 단위에서 중국산 상품에 의존하고 있는 국내 제조사에 대한 영향도 지켜볼 부분이다.

한 태양광 업계 관계자는 “과거 글로벌 완성차 시장에서 관세 인상에도 불구하고 소비자 가격을 유지한 사례처럼 단기적으로는 점유율 방어가 우선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CSF는 논평을 통해 “배터리 부문의 경우 구조 조정 압력이 커지면서 기술력이 부족한 낙후 설비는 빠르게 도태될 전망”이라면서 “장기적으로는 단순 수출 방식에서 벗어나 유럽·중동·북미 현지 생산으로의 전환이 가속화되고 차세대 기술과 원가 경쟁력을 확보한 기업이 우위를 점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단기적으로는 오히려 물량 공세가 강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증치세 환급 폐지 이전에 생산된 재고를 빠르게 소진하기 위해 4월 이전까지 수출 물량을 밀어내는 전략이 나타날 수 있어서다. 이 경우 단기 가격 압박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반면 해당 재고가 소진되고 환급 없는 수출 구조가 본격화되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기존 제품을 같은 조건으로 계속 판매하기 어려워지면서 고출력 고효율 셀과 모듈 등 기술 경쟁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중장기적으로 출력 효율과 신뢰성에서 차별화된 제품을 선보일 수 있느냐가 향후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는 국내 산업에도 기회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국내 개발 현장에서 중국 제품과 국산 제품은 총사업비 기준으로 15~20%의 가격 차이를 나타내고 있다. 더 저렴한 사업비로 수익성을 확보해야 하는 개발사와 발전사업자 입장에서는 국산 제품을 선택하기가 쉽지 않았던 것이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정부의 조치는 가격 경쟁 구도를 일정 부분 흔들 수 있는 변수로, 국산 제품의 선택 여지를 넓히는 방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우리 정부도 국산 제조 생태계 보호를 위한 추가 제도 보완을 준비 중인 만큼, 중국의 이번 조치가 국내 태양광 공급망 확대 정책 효과를 시장에서 실질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국내 제조 업계 관계자는 “중국산 제품의 가격 우위가 약화되면 상대적으로 국내 제품이 선택될 수 있는 공간이 넓어질 수 있다”면서도 “다만 중국 역시 기술 경쟁력에 대한 자신감을 갖고 있어 시장 점유율 자체에 극적인 변화를 단정하긴 이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