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원문 : https://www.electimes.com/news/articleView.html?idxno=367147
전기차 안 타는 이웃도 함께 내던 충전 비용, 이제야 수면 위로
정부, 로밍요금 상한으로 CPO 가격 결정권에 제동 걸어
자체냐 위탁이냐, 선택마다 책임은 고스란히 관리자 몫으로
스마트 충전기, 방향엔 이견 없지만 지금 보급 방식엔 물음표
16일 기후에너지환경부가 마련한 ‘공동주택 내 전기차 충전 개선 간담회’가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렸다. 여기에는 김성환 장관을 포함한 아파트 입주자 대표, 관리사무소장, 충전사업자(CPO), 전기차 사용자 단체, 제조사 관계자 등 19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의제는 세 가지였다. 충전 요금, 충전기 운영 주체, 스마트 충전기. 토론이 시작되자 세 주제는 자연스럽게 뒤엉켜 하나의 문제로 수렴됐다. 요금 얘기가 운영 주체 문제로 흘렀고, 운영 주체를 논하다 보조금 문제가 불거졌으며, 보조금을 따지다 스마트 충전기의 존재 이유가 도마 위에 올랐다. 1시간 넘게 이어진 토론은 명확한 결론 대신 그간 현장에서 쌓여온 고민과 쟁점들을 꺼내 공유하는 자리가 됐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1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공동주택 내 전기차 충전시설 설치·운영체계 개선을 위한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https://www.bionever.com/wp-content/uploads/2026/09/367147_578451_220.jpg)
◆감춰져 있던 비용이 드러난 것…충전요금 인상의 구조적 이면
이날 최영석 소비자주권시민회의 부위원장은 요금 인상의 본질을 이렇게 짚었다. 그는 “관리소에서 운영하던 190원에서 (충전요금이) 올랐다는 게 가장 큰 문제인데, 공공에 들어가는 돈이 충전기 비용으로 입주민 전체에 전가되고 있었고, 사업자가 들어오면서 충전금은 올라갈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문제”하는 설명이다. 충전요금이 갑자기 비싸진 게 아니라, 감춰져 있던 비용이 특정 사용자에게 집중되면서 드러난 것이라는 해석이다.
기후부가 충전요금 문제에 대한 입장을 공식화한 것도 이날이 처음이었다. 정선화 기후부 녹색전환정책관은 현재 정부의 공공 로밍요금 체계가 아파트 완속 충전기에 적용되는 기준을 갖추지 못하고 있음을 인정하면서, 충전 사업자들과 요금 산정 방법에 대한 협의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의견 수렴을 거쳐 기준을 제시할 계획이라는 것으로, 지금껏 민간에 맡겨두다시피 했던 요금 체계를 정부가 직접 정비하겠다는 의지를 처음으로 꺼낸 셈이다.
유동수 에버온 대표는 CPO 입장에서 요금 인상이 불가피한 구조적 이유를 설명했다. 처음 아파트에 진입할 때 경쟁이 심해 6개월~1년간 낮은 요금을 제시하고 이후 정상 요금으로 올리는 구조가 외부에서 폭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300원으로 올린 사업자들의 평균 부과 요금을 내면 200원 중반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CPO들의 운영 비용, 즉 오펙스(OPEX)는 최근 눈에 띄게 늘었다. 전기안전 점검과 화재 예방 설비 운영, 보험 가입이 의무화된 데다 통신비·결제 수수료·부지 사용료·플랫폼 개발 및 클라우드 비용·보안 관리 비용 등 실제 투입되는 운영 원가가 적지 않다. 그런데 기후부가 내세운 로밍 단가 원가 산출에는 이용률이 실제보다 2배가량 높게 책정됐고, 이 같은 운영 비용 항목들이 과소평가되거나 누락된 것으로 알려졌다. 유 대표는 “아파트 자체 운영을 막을 수는 없지만, 위탁을 선택하더라도 사업자가 과도한 요금을 책정하면 입주민들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시장 내 자정 기능도 있다고 봤다.
한편 정부는 이미 행동에 나선 상태다. 기후부는 이달 초 충전 로밍요금 체계 개편안을 공개하며 30kW 미만 완속 충전의 로밍요금 상한을 현행 kWh당 324.4원에서 281.6원으로 약 13% 낮추는 방안을 내놨다. 로밍요금은 소비자가 로밍 카드로 결제할 때 적용되는 정산 단가로, 사실상 CPO가 받을 수 있는 수익의 상한선 역할을 한다. 업계는 원가 산정부터 잘못됐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이번 간담회는 그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자리이기도 했다.
◆자체냐 위탁이냐…각자의 현실이 다른 이유
운영 주체 문제는 이날 토론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차지했다. 자체 운영과 위탁 중 어느 쪽이 낫다는 결론은 나지 않았지만, 왜 각 현장이 서로 다른 판단을 내릴 수밖에 없는지는 꽤 선명하게 드러났다.
하원선 대한주택관리사협회 회장은 자체든 위탁이든 요금 기준이 먼저라는 입장이면서도, 자체 운영을 선뜻 권장하기 어려운 이유로 ‘책임 리스크’를 꼽았다. 아파트가 직접 충전기를 운영하려면 반드시 책임자가 있어야 하는데, 문제가 생겼을 때 그 책임을 지는 것 자체가 관리 주체 입장에서 결코 가볍지 않은 부담이라는 것이다. 요금 기준의 부재 못지않게, 책임 소재의 불분명함이 자체 운영을 가로막는 현실적인 장벽이라는 지적이었다.
충북 진천 풍림아이원에서 32년간 공동주택 시설을 관리해온 신종필 시설팀장은 제도와 현실의 간극을 구체적인 사례로 꺼냈다. 법적 의무에 따라 충전기를 설치했지만 3년간 단 한 번도 충전에 쓰이지 않은 충전기가 생겼다는 것이다. 정부는 설치를 강제했지만 이후 운영이나 활용에 대한 지원은 없었고, 그 공백은 고스란히 관리자의 몫이 됐다. 또 “외주 업체에 맡기면 운영은 편해지지만 요금이 비싸다는 입주민 민원은 그대로 들어온다”는 그의 말은, 자체 운영도 위탁도 어느 쪽을 선택해도 관리자가 짊어져야 할 부담이 남는다는 현실을 보여준다.
송은규 전국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연합회 사무처장은 자체 운영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쪽이었다. 그는 “입주민들에게 충전 요금을 받아 유지 보수에 쓰고, 남는 비용을 관리비 절감에 활용하는 방식으로 자체 운영을 잘 해낼 수 있는 방법이 많다. 그런데 이 내용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채 관리소나 외부 사업자의 얘기만 전달되다 보니, 입주민들이 내용도 모르고 공포 심리에 밀려 찬성표를 던지는 상황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다만 충전 수익을 관리비로 환원하는 방식이 공동주택관리법상 문제가 될 수 있다는 반론도 있어, 실제 적용 가능성에 대해서는 법적 해석이 엇갈리는 상황이다.
송 사무처장은 전기차 화재를 둘러싼 왜곡된 정보 문제도 함께 짚었다. 그는 “전기차가 충전 중 화재의 직접적인 트리거가 아니라는 사실을 기후부에서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근거 없는 공포가 스마트 충전기 교체 마케팅과 맞물려 입주민들의 판단을 흐리는 구조를 먼저 바로잡아야 한다는 취지다.

◆스마트 충전기, 방향은 같은데 지금 방식이 문제다
스마트 충전기를 둘러싼 논의는 기술 자체보다 지금의 보급 방식과 속도를 어떻게 볼 것이냐에 집중됐다.
윤성로 모트라인 대표는 보급 방식에 강한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화재 예방 충전기라는 이름으로 광고되는 스마트 충전기가 이상한 방향으로 왜곡돼 입주민을 상대로 공포 마케팅을 하고 있다”며 “무조건 바꿔야 한다는 생각만 주입한 채 교체하고 나면, 사실상 7~10년 동안 해당 사업자에게 완전히 납입되는 구조”라고 강조했다. 스마트 충전기 전환 자체를 반대하는 게 아니라, 충분한 이해 없이 공포에 떠밀려 장기 계약을 맺게 되는 현실을 문제 삼은 것이다. 윤 대표는 “그렇게 계약해놓고 이후에 민간 사업자들한테 가격을 낮추라고 강제하는 것도 과연 맞는 일이냐”고도 물었다.
반면 김한용 모카 편집장은 스마트 충전기와 V2G 기술이 장기적으로 반드시 가야 할 방향이라는 입장이었다. 영국 등 해외에서 V2G 시험이 소비자에게 연간 70만 원가량을 돌려주는 성과를 내고 있고, 수천 세대가 밀집한 우리나라 아파트 환경은 오히려 전기차 충전 인프라가 에너지 저장 자원으로 활용되기에 세계적으로도 독특하고 유리한 조건이라고 봤다. 그는 “지금은 충전 슬롯이 2~5%에 그치지만 절반이 됐을 때 진정한 의미가 있다. 지금부터 준비하지 않으면 결국 범용 충전기만 남는다”는 것이 요지였다. 다만 “스마트 기능 추가 비용이 기존 충전기 대비 2배 이상의 비용이 든다면 해선 안 될 일”이라며 비용 설계의 중요성도 짚었다.
유동수 에버온 대표는 그럼에도 스마트 충전기를 단순 편의 기능이 아닌 에너지 전환의 인프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2017년 보조금 제도가 처음 만들어졌을 때는 일단 많이 설치하는 것이 목표였다면, 이제는 설치 이후의 역할과 품질까지 정책이 담아야 할 때”라는 것이다. 재생에너지의 불안정성을 전기차 배터리가 완충하는 역할을 하려면, 지금의 요금 논쟁에서 한 발 물러서 보급 기반을 다지는 방향으로 정책의 무게중심을 옮겨야 한다는 얘기였다.
◆정부, 신축 충전기 기준부터 보조금 구조까지 손본다
김성환 장관은 이날 토론을 들으며 보완해야 할 제도를 몇 가지 직접 정리했다. 우선 신축 아파트에 표준으로 들어가는 충전기가 현재 기준으로는 최신 사양에 못 미친다는 점을 짚었다. 초기에 설치할 때 최소한의 사용 기준이 될 수 있도록 국토부와 빠르게 상의하겠다는 것이다. 아파트가 분양되고 관리소로 이양되는 시점에 자체 관리를 할지, 위탁 관리를 할지에 대한 기준도 함께 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기존 아파트의 경우 내연차를 가진 다수의 주민이 의사결정을 하는데, 정작 전기차 사용자인 당사자는 그 과정에 직접 참여하기 어려운 구조적 불일치도 문제로 짚었다. 요금 체계에 대해서는 현행 100kW 이상·이하 두 단계 기준을 30kW 이하, 50~100kW, 100~200kW, 200kW 초과 등으로 세분화해 각 특성에 맞는 요금 체계를 만들겠다고 했다. 보조금 집행 방식도 손볼 뜻을 분명히 했다.
김 장관은 “국민의 세금을 꼭 특정 사업자에게 줄 이유가 없다”며 “아파트 단지가 보조금을 직접 받아 원하는 사업자와 계약하거나 자체 운영에 쓸 수 있는 구조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전기신문 | 2026.04.17 보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