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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속 상한가 324.4원→281.6원…출력별 5단계 세분화
로밍 카드로 민간 가격 결정권 무력화…사실상 요금 상한제
“원가 산정부터 틀렸다”…현실 외면 비판에 헌법 위반 주장까지
CPO 적자 누적 속 인하 압박…“민간 투자 유인 사라진다”
![충전기를 꽂고 있는 전기차. [사진=ChatGPT 생성]](https://www.bionever.com/wp-content/uploads/2026/09/366937_578190_476.png)
정부가 전기차 충전요금의 기준점이 되는 로밍요금을 대폭 인하하는 개편안을 내놓으면서 민간 충전사업자(CPO)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소비자 부담 경감과 시장 정상화를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업계는 사실상의 민간 가격 통제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기후부는 9일 세종시에서 120여개 충전사업자를 소집해 간담회를 열고 충전 로밍요금 체계 개편안을 공개했다. 기존에 100kW를 기준으로만 이원화됐던 요금 구간을 충전기 출력 특성에 맞춰 5단계로 세분화하되, 이용 비중이 높은 30kW 미만 완속 충전의 로밍 요금 상한을 현행 kWh당 324.4원에서 281.6원으로 약 13.1% 낮추는 방안이 핵심이다. 281.6원은 원가로 산정된 234.7원에 사업자 이윤 20%(46.9원)를 더한 값이다.
로밍 요금은 여러 사업자의 충전기를 하나의 카드로 이용할 때 적용되는 정산 단가로, 사실상 CPO가 로밍 거래에서 받을 수 있는 수익의 상한선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민간 CPO가 320원으로 책정해도 소비자가 로밍카드로 281원에 결제하면 사업자는 낮은 정산가를 받아들여야 한다.
기후부가 이처럼 강도 높은 조치에 나선 배경에는 소비자 불만이 자리한다. 일부 사업자들이 저가 프로모션으로 점유율을 확보한 뒤 요금을 대폭 인상했다는 지적이 이어졌고, 특정 유튜브 채널을 통해 충전사업자의 리베이트 의혹과 스마트 충전기 교체가 요금 인상으로 이어졌다는 주장이 확산되면서 여론이 악화됐다.
그러나 업계는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우선 문제로 삼는 건 접근 방식 자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석유 최고가격제조차 수급 비상 상황에서만 한시 적용되는데 아무런 손실 보전 장치 없이 민간 사업자에게 현실 원가에도 못 미치는 요금을 상시 강제하는 것은 시장 논리에 반하고 헌법 제15조 직업수행의 자유와 제23조 재산권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공공기관은 적자가 나도 국고로 보전받지만 민간의 적자는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완속·중속·급속 충전기 충전요금 개편(안). [사진=기후부 자료 재가공]](https://www.bionever.com/wp-content/uploads/2026/09/366937_578189_3233.png)
원가 산정 방식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정부는 완속 충전기의 월평균 이용량을 750kWh로 가정해 인건비·경비 등 고정비 단가를 산출했으나, 업계는 실제 현장 이용량이 400kWh 수준에 불과하다고 입을 모은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모수를 두 배 가까이 부풀리면 단가가 낮게 나오는 건 당연한 산수”라며 “세부 계산 근거도 사전에 공유하지 않은 채 현장에서 화면만 띄워놓고 의견을 내라는 건 요식행위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반발 뒤에는 냉혹한 경영 현실이 있다. 현재 실적을 공개한 상위 주요 사업자 중 흑자를 낸 곳은 두 곳뿐이다. 4만~7만기를 보유한 두 사업자가 이익을 냈지만, 완속 충전기 2만기 미만을 운영하는 업체 가운데 충전 사업(CPO)으로 흑자를 낸 곳은 단 한 곳도 없다.
시장의 위기는 이미 구체적인 숫자로 나타나고 있다. 2024년 말 LG전자가 충전 사업에서 손을 뗐고, 한화와 SK도 CPO 자산 매각 및 지분 양수도를 단행했다. 최근에는 업계에서 이름만 말하면 다 알만한 업체들이 잇따라 기업회생이나 워크아웃을 신청했으며, 지금도 곳곳에서 M&A가 진행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업계는 이번 조치가 민간 투자 유인을 근본적으로 훼손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 충전업계 관계자는 “수익성을 담보받지 못하는 구조에서 민간 자본이 충전 인프라에 계속 투입될 이유가 없다”며 “사업자 이탈이 현실화되면 충전 인프라 보급이 멈추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전기차 이용자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기후부는 이번 간담회에서 수렴한 의견을 바탕으로 소비자를 포함한 더 큰 규모의 공청회를 추가로 열어 최종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전기신문 | 2026.04.10 보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