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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만 청원 속 스마트 충전기 논란…”기술만큼 소통도 중요”
리베이트 압박 강화… 정액 보조금으로 음성 거래 차단해야
운영 보조금 도입 목소리 높지만 예산 원칙의 벽이 가로막아
“2조원 쏟으면서 인식 개선엔 무심”…홍보 예산 늘려야
전기차 충전 인프라 보급은 지난 수년간 ‘속도전’이었다. 정부의 강력한 보급 의지와 보조금 지원에 힘입어 수치상으로는 비약적인 성장을 이뤘다. 그러나 그 이면에 1·2부에서 짚어본 저가 스펙 경쟁, 리베이트 의혹, 사후 관리 부실이라는 구조적 병폐가 쌓였다. 업계와 학계, 국회를 중심으로 시장 정상화를 위한 해법 논의가 이어지고 있지만, 정책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여전히 넘어야 할 과제가 남아 있다.
![전기차가 스마트 완속충전기를 사용하고 있다. [사진=이엘일렉트릭]](https://www.bionever.com/wp-content/uploads/2026/09/366229_577218_4444.png)
◆ 스마트 제어·PnC, 안전과 미래를 위한 기술
‘스마트 완속충전기 정책 재검토를 요구한다’는 국민동의청원이 5만명을 돌파했다. 청원의 핵심은 두 가지다. ‘정부가 내 차의 충전을 강제로 제한한다’는 불안과 함께 ‘스마트 충전기 도입이 충전 요금 인상을 불러일으킨다’는 불만이 맞물리면서 반발이 확산됐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기술적 사실관계를 다시 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지난해 12월 이례적으로 백브리핑을 열어 적극 해명에 나선 바 있다. 류필무 탈탄소녹색수송혁신과 과장은 “스마트 충전기는 충전량을 임의로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과충전과 이상 징후를 막는 이중 안전장치”라며 “사용자가 앱이나 충전기 화면에서 목표 충전량을 직접 설정하면 해당 지점에서 자동 종료되는 방식으로, 강제 제한과는 다르다”고 설명했다.
요금 인상과의 연관성에 대해서도 업계는 다른 시각을 제시한다. 스마트 충전기에 추가되는 PLC 모뎀 비용은 15만원 수준으로, 충전기 자체의 사양 변화가 요금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최근 아파트 단지에서 잇따르는 요금 급등이 CPO 교체 시점과 맞물리면서 스마트 충전기 탓으로 오해받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한다. 1부에서 짚어봤듯 요금 인상의 실제 배경으로는 수익성 악화에 몰린 CPO들의 요금 현실화와 과열된 영업 경쟁의 구조적 문제가 더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18일 박상혁 의원 주최로 열린 국회 토론회에서 김진형 기후부 서기관은 스마트 충전기와 기존 완속 충전기의 핵심 차이를 “차량과 통신이 가능한 PLC 모뎀 탑재 여부”로 설명하며 피처폰과 스마트폰의 차이에 비유했다. PnC와 V2G, ‘편의성’뿐 아니라 ‘안전’ 기능도 함께 구현하는 것이 스마트 충전기 보급의 목적이라는 것이다. 이날 오세영 한국전기차인프라기술 대표는 “스마트 충전 기능 없이 단순 충전기를 무작정 늘리면 전력 용량 한계에 부딪힌다”며 “1970년대 220V 전압 승압, 1990년대 초고속 인터넷 보급 때도 큰 저항이 있었지만 국가가 방향을 정하고 추진한 덕분에 제조·IT 강국으로 도약하는 토대가 됐다”고 역설했다. 우리나라처럼 아파트 중심의 집합 주거 환경에서는 스마트 충전 기술 없이 전기차 보급을 확대할 경우 전력 계통 관리에 어려움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V2G 핵심 효과 요약. [제공=취재 내용 종합]](https://www.bionever.com/wp-content/uploads/2026/09/366229_577220_4948.png)
![유럽 V2G 서비스 보상 수준. [제공=전력연구원]](https://www.bionever.com/wp-content/uploads/2026/09/366229_577219_4915.png)
스마트 충전기가 V2G로 가는 기술적 전제 조건이라는 점도 주목받고 있다. 최근 한 심포지엄에서 이재조 한국전기연구원 책임연구원은 “V2G가 작동하려면 PKI(공개키기반구조) 인프라 구축과 PnC가 선행돼야 한다”며 “QR코드나 카드를 태그하는 방식으로는 충전과 방전을 반복하는 V2G 서비스를 원활히 운영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유럽의 경우 프랑스·네덜란드·영국 등 주요국이 이미 스마트 충전 기술 기준과 로드맵을 법규화한 상황이다. 스마트 충전기의 기술적 방향성 자체는 옳지만, 이를 국민이 체감할 수 있도록 설명하는 소통 전략이 뒷받침되지 못했다는 것이 이번 논란의 본질이라는 진단이 나오는 이유다.
◆ 신고 포상금·정액 보조금… 리베이트 고리 끊을 압박
기후부가 최근 충전기 교체 과정에서의 부당 행위를 신고받는 전용 창구를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국무회의에서 불공정 행위에 대한 신고 포상금을 상한 없이 확대하고 과징금 부과율을 현재 20%에서 30%로 올리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충전기 교체 과정에서 불거진 금품 수수 의혹이 이 흐름과 맞물릴 경우 업계 전반에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보조금 구조 개편도 거론된다. 업계 일각에서는 기기 단가·필수 공사비·한전 불입금 등 명확한 근거 항목을 기준으로 기기당 ‘정액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현행 총 공사비의 50% 지원 방식은 사업자마다 기기 단가와 공사 환경이 달라 실제 지원 금액의 편차가 크고, 그 차액이 영업비나 음성적 거래로 흘러들 여지가 생긴다는 지적이 있다.
한 충전 사업자 관계자는 “표준 정액 방식으로 바꾸면 보조금과 민간 투자 비용이 명확히 구분돼 불건전 관행이 끼어들 공간 자체를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제약업계에서 약값이 내려가면 리베이트 여력이 자연스럽게 줄어드는 것처럼, 보조금 구조를 현실화하면 과도한 영업비 거품을 빼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과도 방향이 같다.
◆ ‘설치’에서 ‘운영’으로 보조금 재편을
현행 보조금 체계는 충전기를 설치하면 지원이 끝나는 구조다. 유지보수 인센티브가 없다 보니 설치 후 방치 기기가 양산된다는 지적이 반복돼 왔다. 이번 국회 토론회에서도 고장 충전기를 24시간 내 수리하거나 콜센터 응대율이 높은 사업자에게 운영비를 지원하는 운영 보조금 도입이 제안됐다. 최근 한 언론에서 이호근 대덕대 교수는 “충전기를 설치하면 무조건 보조금을 지급하는 현행 방식이 아니라 충전 이용률에 따라 지원금을 주는 사후 인센티브 제도로 바꿔야 업체들이 요금을 낮추고 서비스 경쟁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운영 보조금 논의는 설치 보조금을 기본 축으로 삼는 재정경제부 예산 편성 원칙과 충돌하는 측면이 있어 당장 도입이 쉽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와 학계가 필요성을 꾸준히 제기하는 만큼 담당부처인 기후부가 보다 적극적인 요청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업계 안팎에서 이어지고 있다.
![충전기를 꽂고 있는 전기차. []](https://www.bionever.com/wp-content/uploads/2026/09/366229_577221_5443.jpg)
완속에서 급속으로 보조금 무게중심을 옮겨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일정 규모를 갖춘 완속 CPO들은 이미 독자 생존 구조를 만들었지만, 급속 CPO들의 사정은 다르다. 업계에 따르면 급속 충전기는 완속에 비해 초기 투자비가 크고, 한전에 지불하는 기본요금이 실제 사용량과 무관하게 설비 용량 기준으로 부과되는 구조여서 가동률이 낮은 초기일수록 고정비 부담이 커지는 구조적 어려움이 있다. 전체 설치비의 절반을 정부가 보조금으로 지원해도 수익을 내기 어려운 이유다. 한때 경쟁이 치열했던 고속도로 휴게소 충전 인프라 사업도 수차례 유찰이 반복되고 있는 현실이 이를 방증한다.
더 파격적인 제안도 나온다. 충전기 설치 보조금 일부를 전기차 구매 보조금으로 돌려 수요 자체를 키우자는 것이다. 전기차 이용자가 늘면 가동률이 오르고 사업자 수익이 개선되며, 이것이 다시 인프라 품질 향상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가능하다는 논리다.
◆ 직접 신청 절차 부활·홍보 확충… 정보 격차 해소가 급선무
2025년 기준 전기차 구매 보조금 1조5000억원, 충전 인프라 보조금 6000억원이 넘는 예산이 투입됐지만 ‘인식 개선’ 예산은 미미한 수준에 그친다. TV 공익광고 수준의 단기 홍보로는 스마트 충전기에 대한 뿌리 깊은 오해를 걷어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에너지 절약 캠페인 등 소통 비용을 당연한 사업 비용으로 여기는 에너지 산업의 노하우를 전기차에도 적용해야 할 때”라며 “기후부가 에너지와 전기차를 함께 관할하게 된 지금이 바로 그 적기”라고 말했다.
![2023년 2월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2023년 전기자동차 완속 및 급속충전시설 보조사업 사업수행기관 사업 설명회. 기후부(당시 환경부)는 영업비 과열을 막기 위해 아파트 주민이 직접 CPO를 선정할 수 있는 직접 신청 제도를 시행했다. []](https://www.bionever.com/wp-content/uploads/2026/09/366229_577222_010.jpg)
2023년 도입됐다가 폐지된 아파트 직접 신청 절차의 부활도 재검토 대상으로 거론된다. 당시에는 충전기 설치 자체가 낯설었고 정부도 보급 속도를 우선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주민 관심이 저조한 직접 신청 방식은 결국 폐지됐다. 전기차 보급률이 높아진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는 시각이 있다. 충전 요금과 서비스 품질에 대한 주민 관심이 높아진 만큼, 관리소와 입대위가 사업자의 영업 멘트에 휘둘리지 않도록 객관적인 업체 비교 기준과 기술 정보를 제공하는 환경을 갖춘다면 이전과 다른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업계 전문가는 “투명한 보조금 구조, 실효성 있는 신고·포상 시스템, 국민을 향한 적극적인 소통이 맞물려야 멈춰 선 충전 인프라의 시계가 다시 제대로 돌아갈 것”이라며 “방향은 어느 정도 잡혀 있는 만큼 이제는 정부가 얼마나 속도를 내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3부에 걸쳐 충전 시장의 민낯을 들여다봤다. 리베이트는 명백한 잘못이며, 저사양 충전기 관행, 보조금 선점에만 혈안이 된 ‘묻지마 설치’의 구태 역시 이제는 마침표를 찍어야 할 때다. 다만 부당한 이득을 향한 비판이 산업의 정당한 대가까지 가로막는 독이 되어서는 안 된다. 비판할 것은 비판하되, 시장이 선순환하려면 업계가 숨 쉴 수 있는 구조를 함께 고민해야 하기 때문이다. 방향은 이미 나와 있다. 이제 움직이는 것은 정부의 몫이다.
전기신문 | 2026.03.20 보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