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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상반기 완속 4만1950기·급속 3175기 보급
완속은 리베이트 불신에 교체 승인도 멈춰
전기차 보조금 전용 필요하나 급속은 예외 둬야
![급속충전 인프라가 확충되는 가운데 전기차 보급이 성장하고 있는 모습을 형상화한 이미지. [사진=AI 생성]](https://www.bionever.com/wp-content/uploads/2026/09/371847_584881_55.png)
정부가 전기차 구매보조금 소진에 대응해 충전 인프라 예산 일부를 전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 관계자는 최근 “전기차 충전소 구축 예산에 여유가 있는 편”이라며 이를 구매보조금으로 돌리는 방안을 기획재정부와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상반기에만 구매보조금 예산의 71.3%가 소진돼 3분기 안에 전액 동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자 내놓은 대응이다.
기후부가 최근 한 세미나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그 ‘여유’가 어디서 나온 것인지 가늠할 실마리가 있다.
올해 정부 계획은 지난해보다 예산이 12% 줄어든 5457억원 규모이며, 6월 말 기준 상반기 실적은 완속 4만1950기, 급속 3175기에 달한다.이는 목표 대비 각각 64%, 71% 수준이다. 남은 물량으로 환산하면 완속은 목표치의 36%, 급속은 29%가 남았다.
◆리베이트 논란에 신규 및 교체 사업 사실상 ‘스톱’
다만 이 수치를 그대로 시장의 활력으로 읽기는 어렵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충전기는 계약과 준공 사이에 시차가 있고, 특히 아파트 완속은 연말에 계약해 이듬해 초 공사를 마치는 경우가 흔하다. 상반기 등록분에 지난해 계약 물량이 섞여 있다는 뜻이다.
업계는 이 이월분을 2만2000기 정도로 추정한다. 이를 제외하면 올해 새로 계약돼 실제로 지어진 완속은 2만기 수준으로 낮아진다.
완속 신규 영업이 더딘 배경에는 몇 가지 요인이 겹쳐 있다. 올해 초 불거진 리베이트 논란 이후 아파트 현장에서는 영업사가 입주자대표회의에 접근하는 것 자체가 의심의 대상이 됐다. 이훈 에바 대표는 지난 5월 토론회에서 “올해 4~5월부터 출하가 사실상 멈췄다”며 신규 설치 부지를 찾는 일이 어려워졌다고 전했다. 여기에 기축 아파트 상당수가 의무 구축 비율 2%를 이미 채웠고, 완속 요금이 인하되면서 사업자들의 투자 유인도 줄었다.
교체 사업 역시 정체돼 있다. 정부는 설치 5년이 지난 완속을 스마트충전기로 바꿀 때 1기당 90만~110만원을 지원해왔는데, 지난해 접수분조차 아직 승인이 나지 않고 있다. 아직 쓸 수 있는 충전기까지 교체 보조금을 노려 무분별하게 뜯어낸다는 오해를 막기 위해 고장·AS 이력 증빙 절차를 새로 정비하느라 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보인다. 기준이 정리될 때까지 대기하라는 신호가 이어지면서 제조·설치 물량도 함께 멈춰 섰다.
이렇게 완속 설치가 주춤한 사이에도 전기차 보급은 계속 늘었다. 기후부에 따르면 올 상반기 기준 누적 전기차 보급 대수는 약 109만5000대에 달하고, 신차 판매 중 전기차 비중은 23.2%를 기록했다. 전기차가 이렇게 늘어난 만큼 구매보조금 소진 속도도 예년보다 가팔라질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충전 예산 일부를 구매보조금 쪽으로 옮겨 급한 불을 끄자는 방향 자체는 합리적인 선택으로 볼 수 있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충전 업계에 따르면 아파트 현장에서는 사용자와 입주자대표회의, 관리사무소 사이의 신뢰가 무너져 충전기 보급이 늦어지고 있고, 영업 쪽이 맡던 컨설팅 부담이 CPO로 넘어가면서 수주 자체를 포기하는 사례까지 생기고 있다. 이런 구조가 쉽게 풀리지 않는 만큼 완속 보조금 자체를 줄이거나 폐지하고, 그 여력을 전기차 구매보조금과 급속충전 보조금으로 돌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전기차 충전기 구축 실적. [사진=기후에너지환경부]](https://www.bionever.com/wp-content/uploads/2026/09/371847_584885_855.png)
◆보조금 전용 공감…급속은 더 지원해야
반면 급속은 사정이 다르다. 투자비와 운영비가 완속보다 훨씬 높은 만큼, 수익을 내려면 그만큼 이용률도 높아야 한다. 하지만 전기차가 늘었다고 해서 급속 이용이 그에 비례해 늘어난 것은 아니다. 다수의 전기차 사용자들이 급속보다 완속 위주로 충전하는 경향이 뚜렷해 급속 사업자 입장에서는 여전히 수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다.
실제로 매출 상위 4개 급속 충전사업자의 합산 적자는 1000억원대에 이른다. 상위 완속 사업자들이 흑자를 내고 있는 것과도 대비된다. 완속의 흑자 역시 원가 대비 마진이 크지 않은 수익 구조라는 게 업계의 공통된 평가지만, 급속은 그마저도 확보하지 못한 채 대규모 적자를 감내하며 설치를 이어가고 있다. 예외적으로 고속도로 휴게소는 장거리 운행 중 충전 수요가 몰려 이용률이 높은 편이라, 올해 한국도로공사 발주사업에 많은 업체들이 몰리기도 했다.
아울러 급속충전 구축 특성상 부지 확보와 한국전력 수전 협의, 공사까지 걸리는 시간이 길어 지원이 한 해라도 끊기면 그 공백이 이듬해로 그대로 넘어간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우려다. 전기차 보조금 전용이 필요하다 해도 급속 예산까지 손대서는 안 되며, 오히려 지원에 더 박차를 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보급이 끊기지 않도록 구매보조금을 확충하는 방향에는 공감한다”면서도 “다만 완속과 급속은 사정이 다르다. 완속은 신뢰 문제부터 정리되지 않으면 예산을 더 넣어도 소용이 없지만, 급속은 아직 적자를 감내하며 버티는 단계라 지원이 줄면 곧바로 이탈이 나온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대규모 적자를 감내하며 투자를 이어가는 사업자들에게 지금 필요한 건 오히려 더 확실한 지원”이라고 덧붙였다.
정종선 법무법인 지평 고문은 “충전 사업자들이 정상적인 수익 구조를 갖춰야 서비스 품질이 유지될 수 있다”며 “보조금 정책과 사업자 수익성 간의 균형점 모색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전기신문 | 2026.08.31 보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