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원문 : https://www.electimes.com/news/articleView.html?idxno=370774
전기차 100만대 시대…정작 완속충전기 보급은 부진
완속충전 보급률, 목표 대비 20~30%대 그쳐
아파트 기금으로 굳어진 리베이트, 오해 살까 입대위도 부담
제약업계 리베이트처럼 완속보조금 폐지 주장 목소리도
![전기차 보급이 빠르게 늘고 있지만 리베이트 관행이 남긴 불신으로 아파트 단지들이 충전기 설치 결정을 미루면서 완속충전 인프라 확대가 정체되고 있다. 사진은 멈춰 선 아파트 완속충전기와 계약 날인을 주저하는 이해관계자의 모습을 형상화한 이미지.[사진=ChatGPT 생성]](https://www.bionever.com/wp-content/uploads/2026/09/370774_583492_183.png)
전기차 누적 등록 대수가 100만대를 넘어섰다. 올해 상반기 신규 판매만으로 지난해 연간 물량의 90%에 육박했고, 연말까지 35만~40만대가 새로 도로에 쏟아질 전망이다. 그러나 이 차들에 전기를 공급할 아파트 완속충전기 보급은 오히려 멈춰 섰다. 역설의 한복판에는 연초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리베이트’가 있다. 그러나 정작 시장을 얼어붙게 한 건 리베이트 그 자체가 아니라, 리베이트가 남긴 불신이었다.
◆ ‘배당’이라는 이름의 리베이트
아파트 단지 영업 현장에서 오간 ‘충전기 배당 제안서’는 리베이트 관행의 실체를 보여주는 자료다. 한 전기차 사용자단체가 공개한 이 제안서에는 충전요금 278원 가운데 10원을 입주자대표회의(입대위) 몫으로 돌려준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완속충전기 한 대당 10만원 안팎이던 영업비는 한때 100만원 이상으로 치솟았다. 신축 단지 의무 구축 비율 도입 이후 사업자가 몰리면서 대단지 수주 경쟁이 과열됐고, 부풀려진 영업비 일부가 ‘발전기금’ 명목으로 입대위에 건너가는 사례가 반복됐다. 시세보다 높은 금액을 먼저 요구하며 경쟁을 부추긴 입대위 사례도 있었다는 게 현장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다만 이 영업비는 충전업체(CPO)가 아니라 현장에서 계약을 성사시키는 영업대행사가 책정해 CPO는 수수료만 지급하는 구조여서, CPO를 리베이트 관행의 1차 당사자로 보기는 어렵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이 때문에 리베이트 비용이 고스란히 소비자 충전요금에 반영됐다는 시각에는 반론도 있다.
◆ “너희도 받았냐”…의심에 갇힌 현장
정작 심각한 건 리베이트가 드러난 뒤 벌어진 일이다. 관행이 공론화되자 아파트 안에서는 충전기 설치 자체를 비리로 의심하는 분위기가 퍼졌다. 입대위가 설치를 의결하고도 계약서 날인을 미루거나, 뒤늦게 주민공청회를 열겠다며 절차를 되돌리는 단지가 늘어난 게 단적인 예다. 스스로 의심받을 상황에 놓이는 것 자체를 피하려는 것이다.
한 충전사업자 임원은 “의무 설치 수량을 이미 채운 단지가 많아 추가 설치를 원하는 입주민은 소수이고, 설치를 결정했다가 의심을 받을까 봐 입대위에서 몸을 사리고 있다”고 전했다.
그 결과는 숫자로도 드러나고 있다. 그는 “회사 기준으로 올해 완속충전기 보급이 목표 대비 20~30% 수준에 그치고 있다”고 말했다. 정작 몇 안 되는 수요를 놓고 사업자 간 경쟁은 더 치열해져, 영업비는 과열 경쟁이 정점이던 2024년 수준으로 다시 뛰었고 공사비까지 합치면 신규 설치 한 건에 200만원대 중반이 소요된다. 리베이트를 향한 불신이, 정작 리베이트와 무관한 정상적인 설치 수요마저 얼어붙게 만든 셈이다.
◆ 전기차는 급증하는데…설치는 멈춰선 딜레마
불신이 부른 설치 절벽은 공급 부족 우려로 이어지고 있다. 한 충전기 제조사 대표는 “전기차 신차 판매가 처음으로 두 자릿수를 넘어선 지난해에도 신규 충전기 설치 수는 오히려 뒷걸음질쳤다”며 “올해는 전기차 판매가 사상 최고치를 찍고 있는데 정작 4~5월부터는 제품 출하가 사실상 멈췄다. 최소 10만대 이상은 보급돼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상태가 계속되면 연말이나 내년 초 충전 대란은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앞서 언급한 연간 35만~40만대의 신규 전기차를 받아낼 인프라가 그만큼 뒤처지고 있는 셈이다.
해법으로는 리베이트가 자랄 ‘토양’부터 걷어내자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제약업계에 빗대 “신약 약값이 높을 때 리베이트가 성행하다가 약값이 떨어지면 리베이트도 줄어드는 것처럼, 완속충전기 보조금을 폐지하고 그만큼을 급속충전기나 전기차 구매 보조금으로 돌리는 것도 방법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지난 4월 한 간담회에서 “보조금 정책을 당장 폐지하고 일반 시장으로 넘기기는 어렵다”며 “일정 기간은 (보조금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업계 전문가는 “리베이트야 형사 처벌로 다스릴 문제지만, 이미 번진 불신은 처벌만으로는 안 걷힌다”며 “그러다 보니 정상적으로 진행됐어야 할 설치 수요까지 같이 얼어붙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신뢰를 어떻게 되살릴지 고민하지 않으면 완속충전 인프라 정체는 쉽게 풀리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기신문 | 2026.07.31 보도
